
막이 오르면 거장 연출가가 능청스럽게 수수께끼를 펼쳐놓은 무대 위에 관객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연극 <마늘먹고 쑥먹고>는 2012년 국립극단이 야심차게 내어놓는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첫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가 뒤집어 지고, 엉켜서 새로운 이야기 실타래가 만들어지고, 새로이 창조한 설화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조선팔도강산을 넘어 저 먼 대륙까지 유람하며, 게임보다 빠른 속도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마침내 색색의 구슬을 꿰듯 한편의 판타지 지도를 완성한다.
연출가 오태석이 해석한 개국신화는 굉장히 자유로운 발상에서 출발한다.
‘사람 된 웅녀가 지금까지 살고 있다면? 그 참을성 없던 호랑이가 다시 마늘과 쑥을 먹게 된다면?’
단군신화 속 이야기를 연출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해학으로 비틀어 지난 100년간의 슬픈 역사의 결계를 푸는 비법을 제시한다. 궁여지책이지만, 곰의 겨울잠도 빌리고, 시간을 빌려서라도 이제 팔도강산을 넘어 저 잃어버린 대륙까지 멀리멀리 뻗어나가자며 이야기한다.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 속 인물들은 신화와는 다른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고, 현실과 설화, 역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왁자지껄한 서사 판타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와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그리고, 속 깊은 유머와 철학을 만나게 된다.
연극 <마늘먹고 쑥먹고>는 24명의 전 출연진이 가면을 쓴다. 이 가면들은 1300년 전 삼국유사와 지금을 연결해주는 다리이자, 관객 스스로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실타래를 풀 수 있게 하는 기호이다.
연극 언어와 몸짓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될 이번 공연은 한국연극사적으로도 전막가면극이라는 최초의 시도다. 산대를 바탕으로 전위적으로 해석한 가면은 변화무쌍한 변신의 미학을, 한층 간결한 어법과 몸짓은 또 다른 간극의 미학을 선사하며,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극을 보면 붙박이 무대가 없다. 산대 위에 신속하게 가변적인 구조들이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고, 전통의 완전한 해체와 새로운 조합으로 만난 무대는 자유롭고, 스스럼없이 활기가 있다. 생략과 비약을 통해 좌충우돌하듯 굉장히 빠른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각 에피소드들은 예측불허인데 바로 이 의외성이 관객에게 유머를 선사한다.
우리 말맛 살아있는 3.4조 4.4조 운율의 대사. 감칠맛 나는 옛 민요가 가득하다.
막이 오르면 관객의 모험이 시작된다. 무대와 객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서 끌고 가는데, 풍부한 상상력과 쌍방향 소통으로 만들어낼 이 연극의 주인공은 바로 관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