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상왕국 영국에 도전장을 내민다. 영국 발틱해운거래소의 벌크선운임지수(BDI)에 상응하는 한국판 해상운임지수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미 로드맵은 다 짜놨고 실천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염정호 해운거래정보센터 센터장은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과 일본 패널리스트를 우리 편으로 만든 다음 연내에 구체적인 지수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해상운임지수를 개발한다고 할 때 안팎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 "BDI가 이미 세계적인 지수로 통용되고 있는데 우리가 만든다고 해서 게임이나 되겠나. 실패가 뻔한 걸 왜 하냐"는 것. 특히 세계 해상 주도권을 잡고 있는 영국의 발틱해운거래소의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염 센터장은 BDI의 한계를 넘어선 한국판 해상운임지수가 세계에서 통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믿음이 있다.
BDI는 지난 1999년 영국에서 개발됐다. 이미 13년 전에 개발된 이 지수가 현재 해운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에 아시아권 해운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물동량이 많은 아시아권 항로도 모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염 센터장은 "BDI는 필요없는 항로가 아직도 발간되고 있어 패널리스트(지수 산정에 의견을 내는 사람들. 지수는 패널리스트들이 제시한 지수들의 평균으로 산출된다)들이 짜증내고 있다"며 "없어져야 할 항로도 있고 모든 물동량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기준으로 오후 10시 넘어서 나오는 BDI지수는 아시아권 해운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더더욱 불편하다. 이 지수를 기다리느라 퇴근을 못하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선박의 대형화에 따라 대형화된 새로운 기준을 도입해 신선한 선가지수를 발행하는 것도 한국판 해상운임지수가 갖고 있는 차별화된 장점이다. 현재 BDI지수는 크기별로 케이프, 파나막스, 수프라막스, 핸디 등 4개 선박으로 산출되고 있다.
노르웨이와 싱가폴의 긍정적인 반응 역시 염 센터장이 한국판 해상운임지수 개발을 낙관하는 이유다. 이들은 "아시아에서 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며 기술적인 노하우를 적극 협력하겠다고 격려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염 센터장은 "아시아에서 BDI지수를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도 많았고 실제로 중국과 일본에서도 (새로운 지수 개발을) 시도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사실 중국과 일본이 반대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이유다.
"한국 해운시장은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우리가 전 세계 선박소유 5위, 조선 1위, 용선률 3위입니다. 게다가 일본과 중국, 유럽까지 다 얽혀있어 한국이란 파트너는 무시못하는 겁니다." 염 센터장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잠재력을 이렇게 긍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