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체납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나고 체납액이 10억 원 이상인 고액, 상습 체납자 2천636명의 명단(법인 1180명, 개인 1456명)을 공개했다. 1년 전보다 501명(23.5%)나 늘었다. 지난 2004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를 실시해, 2004년 1천101명에서 2005년 2천13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고액.상습 체납자의 국세는 총 11조 741억 원이며, 이 중 법인이 5조 2천223억 원, 개인 5조 8천508억 원이다. 50억 원 이하가 2천240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체납액이 500억 원 이상은 개인 4명, 법인 3명으로 총 7명이나 된다. 체납액이 100~500억 원인 경우는 157명, 50~100억 원 332명에 달한다.
정태수 일가 국세 체납액 3천66억 원
고액 체납자 개인부문 1위는 2천127억 원을 체납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다. 정 전 회장은 3년 연속 최고의 불명예를 안았다. 정 전 회장의 두 아들도 고액.상습 체납자에 이름을 나란히 올랐다.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가 645억 원, 정한근 전 한보철강판매 대표가 249억 원을 체납해 이 모두를 포함하면 정 전 회장 일가의 국세 체납액은 3천66억 원에 이른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1천168억 원을 체납해 2위에 올랐다. 이 두 명은 지방세 36억원과 13억원을 내지 않아 지방세 상습 고액 체납자 명단에도 올랐다. 법인 부문 최고 체납자는 국내 1세대 벤처기업으로 증권가에서 주가조작설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리타워테크놀로지스(손성호 대표)이다. 이 회사는 법인세 등 국세 722억 원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2004년 명단 공개 이후 현금 납부실적이 총 1천303억원(576명)에 이르며 체납액도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고액체납자들의 전체 체납액이 11조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납부실적은 고작 1%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천명을 상회하던 신규 고액 체납자 수는 70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는 지난 2000년 ‘정현준 게이트’의 주인공 정현준 전 한국디지털라인(K이) 사장이 435억원을 체납해 포함됐다. 642억원을 체납한 남효열 아이베넥스 대표도 새 명단에 올랐다.
국세청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드러난 재산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국세청에서 이미 압류조치를 취해 징수권 소멸시효가 중단된 상태”라면서도 “압류재산을 공매에 부치더라도 채권단 등에 우선 순위가 밀려 회수할 수 있는 세금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실익이 거의 없는 공매를 요구하기 보다 명단을 공개해 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게 낫다는 쪽이다.
문제는 고의적으로 세금납부를 회피하고 버티는 상습 체납자들이다. 2004년에 이어 2005년 재공개된 체납자는 975명이었지만 올해는 두 배가 넘는 1천932명이다. 사망하거나 체납액을 30% 냈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돼 명단에서 삭제된 사람 329명을 제외한 수치다.
고액체납자 10위에 랭크된 개인 체납자 중 7명은 지난해에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올랐었다. 명단에 오른 73%(1천932명)은 2005년 명단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명단 공개가 고의 체납자들의 세금징수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액.상습 체납자의 명단은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와 관보 등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