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필호 기자] 2014 부산국제모터쇼가 역대 최다 관람객 동원 기록을 세우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부산모터쇼 사무국은 8일 하루 동안 15만8100명이 입장해 누적관람객 115만13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모터쇼의 관람객 수인 110만7100여 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다 관람객 수 기록을 갱신했다. 또 6회 연속 100만명 돌파라는 기록도 세웠다.
국내 최대 자동차축제의 올해 부산모터쇼는 '자동차의 바다, 세계를 품다'(Ocean or vehicles, feeding the world)라는 주제로 지난달 29일 프레스 데이와 같은 달 3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국내외 22개 완성차 브랜드를 포함한 11개국 179개사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올해는 전시면적이 1.5배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컨셉카, 월드 및 아시아 프리미어 등 신차들이 대거 첫선을 보였다. 또 전시부스, 장치 및 디스플레이, 영상, 연출, 이벤트 등 행사 내용면에서도 아시아 최고의 모터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상 최대 규모 개최
부산모터쇼는 2001년 시작해 올해 7회째로, 사춘기를 맞은 청소년기처럼 2년 사이에 훌쩍 커지고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외형적으로 2012년 완공된 벡스코 제2전시장(이하 신관)을 처음으로 추가 사용하면서 실내 전시면적이 지난 행사에 비해 50% 정도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국내외 완성차 22개 브랜드를 포함한 자동차 부품 및 용품 등 11개국 179개 업체(2012년 6개국 96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전시차량도 완성차브랜드가 213대의 최신 차량을 출품해 전년도에 비해 25%나 늘어났다.
◇국내외 브랜드 최대 격전지로 부상
올해 부산모터쇼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이후 수입차 업체들의 국내시장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수세적이었던 국내 완성차들이 대반격에 나서고, 해외 수입차들 역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완성차들의 전시면적이 대폭 증가됐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르노삼성과 아우디는 지난 행사에 비해 전시면적을 2배로 늘렸고, 폭스바겐과 비엠더블유 & 미니, 포드&링컨 등 해외 브랜드로는 최초로 1000㎡ 이상의 대형부스를 꾸민 것을 포함해 대부분의 참가 브랜드들이 30%이상 규모를 확대했다.
또 재규어·랜드로버가 6년 만에 부산모터쇼를 다시 찾았고, 일본 수제차 브랜드인 미쯔오카도 국내 국제모터쇼에 첫선을 보였다.
참가업체들은 면적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33대의 신차를 앞세워 한판 승부를 벌였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중형세단인 'AG'를 월드프리미어로 출품했고, 기아차와 쉐보레, 르노삼성 등 국내 브랜드들은 콘셉트카, 아시아 프리미어, 국내 첫 공개차량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마세라티, 인피니티, 토요다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한층 강화된 디젤엔진을 장착한 아시아 프리미어, 콘셉트카로 공세를 펼쳤다.
아울러 참가업체들은 전시장치는 물론, 디스플레이와 영상, 조명,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제네바 모터쇼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 세계유수의 모터쇼에서 적용한 디자인과 자재를 그대로 싣고 오는 등 부산모터쇼에 정성을 기울였다.
포드자동차를 비롯해 수입차브랜드들도 본사에서 직접 기술자를 파견, 장치공사에 나섰고, 마케팅담당 임원들을 대거 출동시켜 한국시장을 기반으로 아시아시장을 향후 3~5년 사이에 수배씩 키우겠다는 호언이 허세가 아님을 보여줬다.
◇고연비·디젤·하이브리드 최대 화두
부산모터쇼가 올해 처음으로 향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일정 부분 읽을 수 있는 분명한 화두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오랜만에 국내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 공개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승용세단인 'AG'가 하반기 출시될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취재진들의 의견이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디젤 등 승용 디젤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에서도 독일차에 비해 뒤질게 없고 막강한 국내영업력과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가 성공을 거둘 경우 기아자동차 등 다른 국내 완성업체들의 디젤승용차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차의 디젤 승용모델이 내수시장에서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이번 부산모터쇼에서 아시아 프리미어로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면에 대거 내세웠던 수입차의 공세가 한층 거세져 내수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기아자동차도 아시아 프리미어로 출품한 SUV '카니발'을 내놔 호평을 받았고, 쉐보레는 말리부 디젤과 스파크 E.V. 등 디젤 세단과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워 고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르노삼성차도 최근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고연비 디젤 SUV인 'QM3'를 중심으로 출품차량을 구성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 시판중인 전기자동차 5종과 더불어 총 22종의 친환경차량, 56종의 디젤차량이 전시됐다. 이는 최근 고연비, 친환경차량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장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행사 운영면 성공
행사장이 본관과 신관으로 나눠지고 이동 동선이 길어짐에 따른 신관과 본관의 관람객 편중 현상도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특히 주최 측인 부산시와 벡스코는 올해 신관에 배정된 완성차업체들이 관람객 부족을 이유로 차기 행사에 신관 배정을 기피할 경우 다시 예년처럼 본관으로 행사장을 축소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었다.
하지만 주최 측이 검표기까지 도입해 관람객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본관에 온 관람객 중 90% 이상이 신관에 들렀고, 신관에 먼저 들리는 관람객 비중도 32%에 달했다.
오히려 신관 참여업체들은 관람객의 절대 숫자가 많은 데다 브랜드 인지도를 보고 일부러 찾아오는 우량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서 차기 행사도 신관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비치기도 했다고 사무국은 전했다.
또 역대 부산모터쇼의 가장 큰 화젯거리 중 하나는 휴일 행사장 개장 직전에 운집한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1만㎡ 에 달하는 벡스코 야외전시장은 물론, 벡스코 건물주변을 감싸고 꼬리를 물었던 매표대기 인파가 최대 200여 명 내외로 줄어들었다. 또 사람 머리만 보고 왔다던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였던 전시장 내부의 혼잡도 사라졌다.
행사장이 두 개로 나눠져 입장객이 분산된 영향도 있지만 총괄주관사인 벡스코가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매표소를 30%이상 확대하고 전시장 출입구와 전시장내 관람객 주 통로를 대폭 늘리는 등 관람객 동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에스컬레이터 등 취약한 동선에 안전진행요원 150여명을 투입, 안전한 관람환경조성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준비했다.
기아, 쉐보레, 폭스바겐 등 참가업체들도 안전한 행사를 위해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장치물 기둥을 보강하고 바닥 디자인을 개선해 안전사고 예방과 관람객의 불편개선에 나서 행사면적과 관람객수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동차부품수출활성화 활로 마련
국내 최대의 부품관련 전문전시회인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GTT)을 올해 처음으로 동시 개최해 전년도 대비 50% 이상 크게 증가한 15억2000만 달러의 수출상담액과 4억5000만 달러의 계약추진액 달성이라는 질적인 성장도 이뤄냈다.
부산모터쇼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에 집중된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이다. 이를 위해 2001년 개최 첫해부터 자체적으로 부품전시회와 수출상담회를 개최했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지원과 육성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코트라와 연계해 GTT를 동시에 개최했다.
완성차의 거점인 북미, 유럽, 일본은 물론 신흥 생산지로 부상하는 중국 등 53개국 245개사에서 300여 명의 바이어가 부산을 찾아 활발한 수출 상담을 벌였고, 특히 구매력이 큰 매출 1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바이어만 120개사(47%)에 달했다고 사무국 측은 전했다.
국내에서는 경북, 충북, 충남, 산업단지공단, 부산·대구·충북 테크노파크 등 전국의 자동차부품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들이 공동부스형태로 참가하여 관할 부품기업의 수출확대를 지원했다.
◇향후 전망 및 과제
올해 부산모터쇼가 양적·질적인 면에서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국제모터쇼로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지만, 세계적인 위상을 갖춘 모터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시장 공간을 새로이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당분간 치러질 부산모터쇼는 벡스코 전시장면적이 한정되어 있어 규모 확대를 통한 대형화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시설 증축을 해 국제모터쇼 위상에 맞는 참가브랜드와 월드 프리미어 등 신차의 출품대수 증가, 세계자동차관련 유력인사 및 취재진의 방문, 포럼 등 행사의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
특히 부산시에서는 중국, 일본, 아세안 등 아시아지역 자동차관련 전문가와 업계관계자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세미나, 전문포럼 등 컨퍼런스를 강화해 국제모터쇼로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벡스코 신관과 컨벤션홀을 활용해 참가업체들이 국내외 딜러,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행사장 제공 등을 통해 행사의 품격을 끌어올릴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불어 KTX와 연계한 기차여행상품이 인기를 끌어 좌석을 추가로 배정한 것과 같이 관련기관과 협력해 모터쇼와 연계된 관광프로그램의 개발도 확대할 방침이다.
벡스코 오성근 대표이사는 "국내 자동차 시장규모와 전시장 면적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100년 역사의 유럽모터쇼, 세계 최대시장인 상하이·베이징모터쇼 등과 규모 경쟁보다는 전 국민의 자동차축제인 동시에, 아시아에서 가장 품격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 모터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