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정보통신 관련사업을 독점해온 대보그룹과 한국도로공사와의 유착관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도로공사에 재직했던 고위직 임원을 전방위 배치해
대보그룹은 1981년 충남 보령에서 창립한 대보실업을 주력기업으로 해서 성장한 회사다.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건설, 골프장 사업 등이 주요 사업분야로서 고속도로, 지하철, 고속철도 등 대형 기간산업인 관급공사를 수주하면서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기준 1조원 매출을 달성했고 그룹의 성장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는데, 한국도로공사와의 밀착의혹이 끊이지 않아 도로공사의 자회사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인수하고, 사명을 대보정보통신(=이후 2009년 한국정보기술로 분사됨)으로 바꾸고 고속도로 정보통신과 관련한 공사, 특히 톨게이트 통행료 수납 시스템 공사를 수주하면서 적잖은 잡음이 있어 왔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도 휴게소 등 고속도로 편의시설 수주를 위한 입찰에 자회사를 동원하는 과정에서 도로공사 출신의 고위인사를 대보정보통신 임원으로 재취업시켜 이들을 이용해서 수주에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었다.
도로공사 본부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2001년부터 4년간 대보정보통신 고문으로 재직했고, 역시 본부장 출신인 B씨는 2004년부터 연봉 1억 원의 고문으로 근무했다. 2007년부터 2010년에는 도로공사 처장 출신의 퇴직자가 부사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급여지급 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조성 의혹
검찰은 도로공사와의 유착관계 여부를 풀어내기 위해 대보정보통신을 압수 수색한 결과, 이 회사의 경영자인 최등규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임직원에게 급여와 상여금을 부풀려서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민영화 당시 도로공사는 2002년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불하하면서 대보정보통신에 5년간의 독점권을 주고 다시 3년간 연장해 총 8년간 독점 수익권을 부여했으며, 지분을 매각하면서 19%의 지분을 남겨둠으로써 계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퇴사자를 재취업시키는 이른 바 전관예우를 간접적으로 조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로공사 정보통신 관련사업의 99%를 그대로 수행해 온 대보의 도로공사 정보통신 사업은 2009년부터 공개경쟁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대보정보통신이 여전히 업계 1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해 고속도로 정보시스템 사업의 78.8%를 달성했다.
도로공사 출신의 고위직 임원을 재취업시켜 사업권을 따내는 데 전방위 배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보정보통신은 지난 4년간 1500억 원 규모의 고속도로 정보시스템 유지관리 용역을 수주했고, 이 수치는 도로공사가 발주한 전체금액의 82.5%에 해당한다.
협력업체 거래대금 부풀려 비자금 조성 의혹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최 회장을 구속 기소했고, 검찰에 의하면 최 회장은 2008년부터 협력업체의 거래대금을 부풀려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 등으로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최 회장의 횡령액은 대보정보통신 62억, 대보이엔씨 4억, 대보건설 59억, 대보실업 87억, 등 총 212억 원 규모다. 또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소득세 21억 원을 대보정보통신에 대납하도록 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
민간자본 고속도로의 무정차 통행료 정산시스템 구축사업은 용역비가 120억 원에 달하는 사업으로서 톨게이트에서 차량이 정차하지 않고 통행료를 정산하는 사업인데도 과거방식인 톨게이트 수납시스템을 적용한 사업실적이 있는 회사로 입찰자격 요건을 결정함으로써 대다수 경쟁업체의 입찰을 불가능하게 하고, 대보그룹의 자회사인 한국정보기술이 독점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러한 갖가지 의혹에 대한 한국정보기술 측의 답변을 듣고자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담당자 부재 등 이유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특혜의혹과 횡령 등 혐의에 대해 관련기관이 나서서 낱낱이 파헤쳐서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무임승차'하려는 일부 기업의 부정한 경영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