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필호 기자]부산 실내사격장에서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을 탈취해 도주했다가 검거된 홍모(29)씨가 우체국에서 현금을 털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부산진경찰서는 4일 오전 경찰서 회의실에서 총기탈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흥우 부산진경찰서장은 "홍씨는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해운대구의 한 우체국에서 현금을 강취하기로 결심, 실내사격장 권총을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서장은 "홍씨는 2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했지만 영업 부진 등으로 3000만원 상당의 빚이 있는 상태에서 약 3개월 전 미용실 영업을 그만두고 선배와 함께 식당 개업을 준비하면서 30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 3일 오전 9시43분께 부산진구의 한 실내사격장에 들어가 권총 1정과 실탄 50발을 받아 20발을 쏜 뒤 사격을 그만하겠다고 했다.
이에 여주인(46)이 사격대를 정리하는 사이 등 뒤에서 흉기를 들이대며 "가만히 있어, 내가 필요한 건 총이다"라고 했고, 여주인이 도망가려고 하자 머리채를 잡고 흉기로 여주인을 수 차례 찔렀다.
이어 홍씨는 총기 거치대에 있는 안전고리를 직접 풀고 권총 1정과 선반 위에 있는 실탄 19발을 들고 도주했다.
홍씨는 범행 후 사격장 뒷문 사다리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건물 사이 통로에서 옷을 갈아입고 범행에서 사용한 흉기와 점퍼, 신발, 가방 등을 버린 뒤 양정로터리를 경유해 수영구 망미동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후 낮 12시55분께 망미동에서 택시를 타고 해운대구 송정의 한 아파트로 이동한 뒤 다른 택시를 타고 기장군 일광 방면으로 이동하다가 청강사거리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사격장 내 CCTV 분석 중 지난 1일 낮 12시16분께 용의자가 출입한 사실을 확인한 뒤 당시 장부에 적었다가 지운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 지문 등을 확보해 홍씨의 인적사항을 밝혀냈다.
이에 경찰은 즉시 홍씨를 공개수배하고 동시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홍씨의 이동상황을 부산지역 전 경찰에 실시간 통보하면서 추적에 나섰다.
실시간 무전을 듣고 있던 기장경찰서 형사1팀은 3일 오후 1시40분께 기장군 청강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수십 대를 검문하기 시작했고, 택시 뒷자석에 타고 있던 홍씨를 범행 4시간 만에 검거하고, 총기와 실탄을 모두 회수했다.
이 서장은 "홍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지난 9월 말 해운대구의 한 시장에서 흉기를 훔치고 스마트폰 인터넷 검색으로 범행 대상인 실내사격장의 위치를 확인했다.
또 범행 이틀 전인 지난 1일 낮 12시15분께 권총을 탈취하려고 흉기를 숨긴 채 실내사격장에 들어갔지만 남성을 포함한 직원 2명이 있어 범행을 포기했다.
이어 홍씨는 은행 강도에 사용할 모자와 갈아입을 점퍼, 바지, 신발 등을 준비한 채 흉기를 들고 범행 당일 오전 9시20분께 다시 실내사격장을 찾았다. 이날은 가명 등을 사용해 출입장 기록을 허위로 기록했다.
이 서장은 "홍씨가 오는 5일께 우체국을 털 계획이었으며, 공개수배된 사진을 본 선배의 연락으로 자신의 범행이 들통난 것을 알아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