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꿈의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한 한국 선수들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면 이제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미국에 집결한다.
올해 FA 최대어로 꼽힌 김현수(27)와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며 우승을 맛본 이대호(33), 구원왕 오승환(33) 등이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29)를 제외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재미를 본 선수들이 없었지만 이들은 상황이 다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별도의 이적료가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들이 집결한 장소는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이다. 메이저리그는 한국시간으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에 걸쳐 윈터미팅을 개최한다.
윈터미팅은 일종의 쇼케이스 성격으로 각 구단 수뇌부들과 거물급 에이전트 등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이 이뤄진다.
이들 3명의 선수는 에이전트를 대동하고 윈터미팅에 참가해 메이저리그 구단에 자신을 알리고 세부적인 협상을 논의할 계획이다.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윈터미팅 직후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는 7일 오후 미국으로 출발했다. 김현수도 곧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오승환은 이미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일단 김현수가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김현수의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데 신분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이는 김현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현수는 27살의 젊은 나이에 KBO에서 10년을 뛰었다. 2006년 데뷔해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장기회를 잡은 김현수는 113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8, 142홈런, 771타점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는 매년 120경기 이상 경기에 나서며 꾸준히 100안타 이상을 때려내고 있다. 올해는 타율 0.326을 기록했고 28개의 홈런으로 장타력까지 뽐냈다.
그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능력도 과시했다. 지난달 프리미어 12에서는 대표팀 부동의 3번타자로 뛰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김현수는 박병호 다음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이미 김현수에 대한 분석을 끝낸 각 구단은 에이전트와 접촉하며 영입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미국행이 불발돼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역대 FA 최고 몸값은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소속 구단인 두산은 김현수가 잔류할 경우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이대호 역시 느긋하다. 이미 그의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 몇 개 구단과 접촉했고,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단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대호는 이날 윈터미팅을 위해 출국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지 에이전트가 몇 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언급된 팀은 모르지만 4~5개 팀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을 휩쓸었고, 세계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서도 변함 없는 활약을 펼쳤다.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로 이적해 일본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일본시리즈에서는 MVP까지 거머쥐었다.
다만 33살의 적지 않은 나이와 함께 포지션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 진출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내셔널리그 팀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승환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만한 실력과 경력을 갖췄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구원왕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경쟁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해 일본 진출 첫 해 2승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올해는 2승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으로 구원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이면서 미국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오승환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박 혐의를 받고 수사선상에 오른 선수를 영입할 구단이 선뜻 나타날지 의문이다.
오승환과의 재계약을 적극 희망했던 한신마저도 사법처리가 확정될 경우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자칫 선수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오승환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서둘러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