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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년전 한효주 영화, TV로 보세요…'아주 특별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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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서울의 주말 오후, 평범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보경은 거리에서 우연히 기용을 비롯한 낯선 청년들의 부탁을 받는다. 그들 고향 마을의 한 어른이 죽어가고 있는데, 보경이 그 딸인 명은과 똑같이 닮았다는 것.

청년들은 막무가내로 보경을 붙잡고 임종이라도 지켜달라고 사정한다. 보경은 그들의 간절한 부탁에 망설이면서도 동행을 결정한다. 시골 마을로 가는 도중 보경에게는 계속해서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고 어둠이 깔린 저녁 드디어 마을에 도착한다.

보자마자 보경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인 명은의 첫사랑 지호 그리고 임종을 기다리던 가족과 마을 사람들 역시 보경을 두고 이런저런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얼떨결에 명은 역할을 하게 된 보경은 결국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은 2004년 데뷔작 '여자, 정혜'를 통해 평범해 보이는 여자의 일상을 섬세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이윤기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화면 속 한정된 공간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감정의 흐름을 놀라울 정도로 미세하게 보여주던 이윤기 감독의 시선이 이번에는 20대 초반의 여자 '보경'에게로 향했다.

보경 역시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언가 감추고 있으며 자신만의 성 안에 갇혀있는, 상처 입은 내면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우연히 동참하게 된 하룻밤의 여행을 통해 그 벽을 허물고 세상과 화해하는 자그마한 계기를 마련한다. 그 특별하고도 소중한 선물이 바로 영화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여자, 정혜'의 김지수, '러브 토크'의 배종옥과 박진희의 뒤를 이어 이윤기 감독의 감성 여행에 동참한 여배우는 바로 한효주. 평범하고 차분해 보이면서도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듯, 보경의 캐릭터는 20대 초반의 여배우라면 모두가 탐내면서도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웠을 역할이었다. 한효주는 이 쉽지 않았을 역할에 자신만의 개성을 덧입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한효주의 신선함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의 조화가 빚어낸 또 한 편의 이윤기표 감성 드라마다.

원작은 일본 소설인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 '애드리브 나이트'. '멋진 하루'라는 타이틀의 단편소설집으로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다이라 아즈코는 재치 넘치는 유머감각과 입담으로 기상천외한 설정과 황당무계한 상황을 그럴 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여성으로 '애드리브 나이트'는 그녀의 소설이 갖는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금요일 오후, 도심의 번화가에서 낯선 남자들에게 '납치'되어 한 시골 마을에서 죽어가는 남자의 딸을 연기하게 된 여주인공, 그녀를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이 벌이는 하룻밤의 어이없는 한바탕 소동이라는 소설의 기본 줄거리는 큰 변화 없이 영화 속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 '아주 특별한 손님' 역시 작가의 스타일과 이윤기 감독 특유의 연출이 만나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일본소설의 경쾌하고 쿨한 정서와 일상을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이 어우러져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윤기 감독은 전작에서 이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 묘사되는 공간의 분위기와 공기의 질감 그리고 일상의 풍경을 한국적으로 재현해내어 주목받은 바 있다.

영화는 하룻밤 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 순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짧은 촬영 기간 동안 정확한 시간배치를 요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윤기 감독은 다른 영화가 마라톤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100m 달리기였다고 말한다. 저예산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10회 차라는 짧은 촬영기간은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의 완벽한 호흡을 통해서 이 영화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촬영장에서 제작, 촬영, 조명 등 어느 스태프라 할 것 없이 모두가 기민하게 행동함은 물론이거니와 빠른 선택,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빠른 포기가 맞물리면서 완성된 영화다.

시작할 때부터 10가지 중에 9가지를 포기하겠다 생각한 영화였다고 이윤기 감독은 밝혔지만 그런 그도 포기하지 않고 심혈을 기울였던 장면들이 있었다. 주인공 보경이 겪게 되는 황당한 경험의 시작과 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신이 그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촬영은 비용뿐만 아니라 시간 또한 많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신은 영화 속에서 이윤기 감독의 영상미와 섬세한 시선이 모두 담긴 감각적인 장면으로 손꼽힌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명은의 집 거실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인데, 보통은 5일 이상 걸릴 작업을 그 많은 배우들과 하룻밤 만에 촬영해야 했다. 결국 이 장면은 굉장히 연극적인 느낌을 풍기면서도 배우들 각각의 노련한 연기가 빛을 발하며 인간적인 페이소스를 드러내 주는 결정적인 장면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영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두번째 작품인 '러브 토크'에서의 정혜(김지수)와 써니(배종옥)의 만남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써니와 보경의 만남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러브 토크' 촬영 당시 짧은 시간 안에 촬영지를 섭외해야 했던 촬영팀은 '여자, 정혜'를 찍었던 익숙한 동네로 결정하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그 동네에는 정혜가 있을 것이라는 농담이 정말로 정혜를 끌어내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특별한 손님'에서도 마지막에 아버지와의 통화보다는 엄마와의 통화가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 여겨 배종옥에게 부탁, 흔쾌히 목소리 출연에 응해주었다고 한다.

9일 밤 12시 KBS 1TV 설 기획 '독립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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