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야당이 직권 상정된 테러방지법의 국회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겨냥해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회가 불안하고 어디서 테러가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가 발전을 할 수 있겠냐”며“그렇기 때문에 이게 따로따로의 일이 아니라 다 경제살리기와 연결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가지 (테러관련) 신호가 지금 우리나라에 오고 있는데 그것을 가로막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냐”며“많은 국민이 희생을 하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이후 정쟁중단 등을 호소하면서 스스로도 국회에 대한 압박을 비교적 자제해 왔다.
그러나 19대 국회가 곧 문을 닫을 상황인데다 민생·경제 법안 처리가 선거구 획정보다 우선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을 먼저 처리하자 노기(怒氣)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가로막힌 상황을 언급하면서“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더 늘려서 우리 청년들과 중장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뻔히 알면서도 법에 가로막혀서 그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 이것은 정말 자다가도 몇번씩 깰 그런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시장의 옷을 입고 너무나 고통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거기에 맞는 옷을 지어놓고, 바꿔 입어야 된다고 하고 있는데 법이 가로막아서 이 옷을 입지마라고 하면 맞지 않는 옷을 껴입은 사람은 고통스러운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다.
또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가 끝나기 전에 적어도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도리는 다 하고 끝을 맺어야 되지 않겠느냐”며“국민에게 표를 달라,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할 적에는 그만큼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국회에 들어가서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약속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얼마든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안하고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그러면 국민이 지지해서 뭐를 할 거냐”며“똑같은 형태의 국회를 바라본다는 것은 국민들로서는 좌절감 밖에 가질 수가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듯 책상을 여러 차례 두드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도 거론하면서 “엄동설한에 많은 국민들이 나서서 그 곱은 손을 불어가면서 서명을 하겠냐. 그 길이 이렇게 돼야만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국회가 그것을 막아 놓고 어떻게 국민한테 또 지지를 호소할 수가 있냐”고 따졌다.
격정을 토로하던 박 대통령은 잠시 숨이 찼던지 10여초간 말을 끊고 숨을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400여일이나 국회에 계류중인 점을 지적하면서 “무엇 때문에 1400일이 넘는 동안에도 이 법을 통과시키지를 않고, 지금도 통과시킬 생각이 없고,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도대체 어떻게 나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는데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노동시장을 변화시키고 개혁시키지 못하면서, 또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을 가로막으면서 어떻게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냐 하는 자조섞인 생각도 든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