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4년 전 선거그대로 리턴매치가 예상되는 곳. 서울 성북갑이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유승희 의원과 새누리당 정태근 전 의원이 19대에 이어 또 다시 맞붙었다. 당에서 이 지역 후보로 최종 확정된 유 의원은 현장에서 주민의견을 적극 들어오며 의정활동을 해왔다는 진정성을, 정 예비후보는 낙선 후에도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과 복당에 따른 여권 지지세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각기 주민 민심 붙들기에 나선 이들의 일정을 동행했다.
◆유승희 “주말없이 현장에서 뛰었다”
"안녕하십니까"
담소를 나누고 있는 주민 여남은 명에게 인사하는 유 의원의 목소리가 호쾌하다. 이들이 서 있는 난로 주변에서는 삼겹살과 막걸리 한 사발이 한창 오가던 중이었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시각. 저녁식사 전 마을 나온 주민들이 간단히 요기나 하자며 마련한 ‘막걸리 회동’이었다.
서울 성북구 북정마을은 좁은 시멘트길 사이로 낮은 슬레이트 집이 다닥다닥 붙은, 서울의 몇 안 되는 달동네다. 시인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30여년 전부터 개발 이야기는 솔솔 들려왔지만 2011년 8월 재개발 구역지정이 되면서 한옥마을이 조성된다며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성곽과 인접해 있는 탓에 문화재보존 규제로 개발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와 주거보장을 요구하는 원주민들의 반대로 재개발 계획은 동력을 잃었다.
“아유~어쩐 일이셔.”
복정마을 40년 토박이 고현선(61·여)씨가 유 의원을 얼싸안았다. "(유 의원이)얼마나 우리 동네를 위해 애써줬는데. 어디 나갈 데도 없는데 쫓겨나지 않도록 참 많이 도와줬어."
고씨 말처럼 복정마을 주민들은 "유승희가 동네 다니면서 일 많이 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 의원은 2008년부터 북정마을과 인연을 맺고 주민들 의견대로 재개발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주장해왔다. 오랜 세월 서민들이 살아온 집을 헐값으로 매입한 사람들을 위해 재개발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 의원은 공동체를 보존하기 위한 마을 교육, 축제 등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앞장섰고, 그 결과 이곳은 지난 2013년 ‘서울시 우수마을 공동체’ 최우수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장중심’이 유 의원의 모토. 19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의정보고회와 정책토론회를 200회나 했다. 1000개가 넘는 민원을 받아 시도의원과 협력하며 해결해왔다. 시구의원 몫을 자기 치적으로 내세운다는 일부 지적에 "한 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시청, 구청 협조를 다 이끌어내야 한다. 나는 오히려 협치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대표적으로 계성고 유치건 역시 카톨릭학원이 부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사이 염수정 주교를 만나 유보를 요청하는 동시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설득해 막아냈다.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은 서울시 심의과정을 쫓아다니며, 구의원들은 주민들의 서명운동을 받으며 함께 움직였다.
유 의원은 장애학교인 명수학교의 국공립 전환, 미디어문화센터 건립 등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며 주민중심으로 일을 해 온 자신의 진정성이 유권자들에게 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북갑 지역에는 국민의당 박춘린 예비후보도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야권 분열로 유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전망이다.
성북동에 거주중인 김춘남(60)씨 역시 "야당을 찍고 싶지만 단일화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며 "끝내 야권 후보들이 따로 나온다면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성대에 재학중인 김희정(25·여)씨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둘 중에서 누굴 찍어야 하나 고민된다"고 망설였다.
유 의원 또한 "다야 구도라 상황이 어렵다. 후보 단일화하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이 문제는 당 방침에 따를 생각"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
◆정태근 “낙선 후에도 지역 위해 일했다”
“아이고 정태근씨. 이번엔 되셔야지?”
이모(61)씨가 성북천에서 만난 정태근 전 의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이씨는 "정태근이 젊기도 하지만 이 고장 사람이라 낫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가 고향인 정 전 의원은 50년 가까이 성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성북천은 지난 2005년 서울시 부시장으로 있던 정 예비후보가 복원에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곳이다. 말라버린 하천에 물이 흐르면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정 전 의원은 성북갑 지역에서 내리 5번째 총선에 나선다. 이 곳은 서울 중에서도 야성이 강한 지역. 16대 때부터 줄곧 출사표를 던졌으나 18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데 그쳤다. 19대 총선 즈음해서는 당내 개혁을 요구하며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여권 색채를 희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대 총선에서는 다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다. 그의 복당 결정을 환영하는 시민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안모(73·여)씨는 "줄곧 정태근 후보를 지지했는데 지난번엔 무소속으로 나와서 투표하지 않았다"며 "이번엔 새누리당이니까 당연히 뽑을 것"이라고 했다.
성북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모(41·여)씨 역시 "정부를 도와 일할 정당이 필요하다"며 정 전 의원 지지의사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행정과 의정활동을 두루 거친 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워 성북발전을 위한 도시계획을 설립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슬로건은 ‘좌절없는 희망세상’으로 정했다. 새누리당 지지 취약계층인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대표 발의한 ‘1인창조기업 육성법’을 근거로 창조기업 지원센터가 설립될 수 있었던 것도 젊은층들에게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성과다.
낙선 후에도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온 것도 시민들에게 긍정적 인상을 남겼다. 정 후보는 시민을위한정책연구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타 자치구보다 장애인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성북구를 ‘무장애 시범도시=장애인 노약자 친화도시’로 만들자는 정책을 제안하는가 하면, 청소년 버스 현금 승차요금 대폭 인상을 시정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송모(74)씨는 "정태근에 대한 주변 여론이 괜찮은 것 같다"며 "일도 열심히 했으니까 이번에는 당선을 기대해본다"고 예상했다.
성북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상식(53)씨 역시 "자기 홍보를 많이 하시길래 봤더니 일을 많이 하신 것 같다"며 정 전 의원을 지지할 뜻을 내비췄다.
◆주요 후보자 프로필 및 지역공약
유승희 의원= ▲1960 서울 ▲예일여고, 이화여대 문리대, 同 대학원 석사·한양대 행정학 박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전) ▲불통정권 독주 확실히 막겠습니다
정태근 예비후보= ▲1964 서울 ▲홍익사대부고, 연세대 경제학과, 同 경제대학원 석사 ▲ 서울시 정무부시장(전) ▲18대 서울 성북갑 국회의원 ▲경전철 환승 4개 역세권 도시계획 변경 등 지역경제 활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