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정부가 최근 북한 인사들의 탈북과 귀순 사실을 이례적으로 잇따라 공개하고 나선데 대해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의 식당 근무자 13명의 탈북 귀순을 스스로 긴급 브리핑까지 열어 전격 공개한데이어 11일에는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던 북한 정찰총국 대좌(대령급)와 아프리카 주재 외교관 가족의 귀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정부의 이같은 자세는 그간 탈북자의 신변보호, 탈북자들의 북측 가족 안전 등을 이유로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의 신원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잇따라 공개된데다 집단 탈북과 관련 청와대 지시설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대북제재 효과를 섣불리 강조하거나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직장 동료가 집단적으로 탈북한 사실이 굉장히 이례적이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신속하게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입국한 탈북자 13명 중 30대는 남성 지배인 1명을 포함해 단 2명뿐이다. 나머지 11명은 25세 이하의 젊은 여성이다.
정 대변인은 이어 "이번 (집단 탈북) 사례가,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발표를 했다"며 "신변안전 같은 것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방부 역시 이날 북한군 대좌의 귀순 사실을 이례적으로 확인과 관련 "배경 특별한건 없다. 관련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거고, 구체적인건 말씀드릴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탈북자가 입국을 하면 정부는 곧바로 이들의 탈북 동기와 위장탈북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심문을 한다. 통상 1~3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끝낸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여러 교육을 받는다. 모든 과정은 비공개다. 심지어 정부는 하나원 등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도 탈북자가 사진에 찍힐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한다. 이들의 신변뿐만 아니라 북한에 남겨진 탈북자 가족들의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지난 10일 오후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동시간에 대북 제재 효과를 설명하겠다며 브리핑을 열었다. 탈북자들의 신변노출에 예민하게 대응해온 정부가 대북제재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정 대변인은 "(탈북자가 입국한) 지난 7일 공유가 됐으며, 이번 경우 관계기관들이 충분히 협의해서 그 결과를 통일부가 발표하게 된 것"이라며 청와대 지시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 대북 전문가는 "관계기관의 심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 종사자들의 입국 사실을 서둘러 공개한 것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이외의 것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해외식당 종사자 일부가 탈북했다고 해서 그것이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에까지 큰 타격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이번 경우는 이례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정부가 더 키운 측면이 있다"며 "더욱이 탈북 사실이 공개적인 사건이 되면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이 무사하기 힘들다. 정부가 탈북자들을 조사도 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정상적인 순서가 아니며, 정부가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