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20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 탈락한 대선 후보군을 포함한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마음이 벌써부터 내년 '4월 재보선'에 가 있는 모양새다. 이들이 20대 총선 실패를 딛고 명예회복할 수 있는 길은 일단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게 가장 빠르다. 때문에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여야 중진들은 자신의 지역구는 물론 인접한 지역구 당선자들이 혹시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지는 않나 검찰 수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검찰은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당선인 300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0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98명에 대해 수사를 집중 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중 과연 얼마나 많은 당선자가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을 받을지는 예단키 어렵지만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사상 최대 당선 무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이 원칙적이 엄정한 수사를 강조해온 데다 선관위도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엄단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성을 따지긴 애매하지만 새누리당이 2당으로 위치가 하락한 부분도 내년 4월5일로 예정된 재보선이 매머드급으로 치러질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먼저 새누리당 당선인 중에는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이 이미 기소돼 오는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홍일표 의원(인천 남구갑)은 회계처리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로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고, 김종태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남 천안갑의 박찬우 당선인은 최근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 당했고, 복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무소속 이철규(강원 동해·삼척) 당선인과 장제원 당선인(부산 사상)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더민주에서도 김진표 당선인(경기 수원무)이 유권자들에게 쌀을 기부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강훈식 당선인(충남 아산을)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밖에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전남 영암·무안·신안)은 20대 총선 공천헌금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여야 주요 당선인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거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 4월 재보선이 유력한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출마자 이름이 나돌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당선자 수를 늘리는 게 최대 과제인만큼 연고지를 떠나 전략적으로 중진급 인사를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선을 불과 8개월 여 앞둔 만큼 대선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어 3당 모두 놓칠 수 없는 승부처로 볼 게 분명하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가 '김무성 대항마'로 내세우려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4월 재보선에 투입할 0순위 인사로 꼽고 있다. 비단 서울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이면 출마가 가능하기에 새누리당에서는 오 전 시장 카드를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또 이혜훈 당선인에게 공천 경쟁에서 뒤진 '진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카드로 여겨진다. 또 낙선한 정두언 의원도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 지역에서 재보선이 열리면 1순위는 황우여 의원 몫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며, 친박계 책사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과, 총선 불출마를 택했던 김태호 의원도 내년 4월 재보선 투입이 거론되는 유력 인사다.
이밖에 대권 주자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 충청권 맹주 이인제 의원도 재보선이 열리게 되면 여권 내 계파간 이해에 따라 언제든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다. 특히 두 사람은 모두 경기지사를 지낸 공통점이 있어 굳이 고향인 경북과 충청지역 아니더라도 경기 지역 투입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반면 총선 압승을 거둔 야권에서는 여권보다는 상대적으로 '구제' 인물이 적은 편이다. 먼저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거론될 수 있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 재보선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향후 야권 재편과 내년 대선 과정에서 자의반 타의반 언제든지 정계에 복귀할 수 있는 유력 인사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이 대선을 앞두고 자칫 낙선할 가능성이 있는 재보선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또 김종인 비대위 대표 맹공에 나선 더민주 정청래 의원과 컷오프를 수용하고 당에 잔류한 전병헌 의원 등도 수도권 주요 재보선 지역에 투입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편 19대 총선에서는 당선인 31명이 검찰에 기소돼 이 중 10명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4년 전에도 10명의 당선이 무효로 됐기에 이번에는 적어도 20명에 달하는 금배지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