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기연 기자]박태환(27)이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찍은 3분44초대의 기록은 여러 악재를 뚫고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박태환은 27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겸 제88회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26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12명 중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기록은 시즌 세계 랭킹 4위에 해당한다. 금지약물 사용으로 인한 18개월 간의 공백기에도 여전히 정상권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박태환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3분44초대의 기록을 내기까지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장애물들을 넘어야 했다.
박태환은 결승 첫 번째 조에서 3명의 선수와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6번 레인에 배치된 그의 양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0.66초의 출발 반응 속도를 보인 박태환은 50m 구간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이후 끝까지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4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올림픽 메달을 경험한 박태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내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경쟁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할 때 실력 이상의 호성적이 나온다.
박태환은 사실상의 '나홀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200m 구간이 지나자 2위가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하는 어려울 정도로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악재는 또 있었다. 국제대회 자유형 400m의 경우 예선과 결승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위권 선수들은 예선에서 몸을 푼 뒤 결승에서 진짜 기량을 뽐낸다.
이번 대회 자유형 400m는 출전 신청 선수가 13명에 불과했다. 굳이 예선을 치를 이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한 차례 레이스만으로 순위가 결정됐다. 박태환은 이날 새벽 수영장에 나와 연습을 하며 컨디션을 체크했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노민상 감독은 "라이벌이 없다. 붙어주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독주를 하다보면 순간적으로 레이스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심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250m 구간까지 예상했던 기록보다 1초59 떨어졌지만 막판 스퍼트는 잘했다. 오랜만에 독주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박태환 자유형 400m 구간 기록(괄호 안은 50m 세부 기록)
▲50m-25초62 ▲100m-53초86(28초24) ▲150m-1분22초70(28초84) ▲200m-1분51초69(28초99) ▲250m-2분20초41(28초72) ▲300m-2분49초17(28초76) ▲350m-3분17초69(28초52) ▲400m-3분44초26(26초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