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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경수 구속을 바라보는 의문의 시선

이례적 구속, 정치적 논란 일으켜
사법적폐 청산 vs 文 대통령 특검 겨냥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30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간 법원의 사례를 보았을 때, 현직 도지사에 대한 법정구속은 예측가능성을 벗어난 극히 이례적인 판결로 논란을 종식시켜야할 재판부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경수에게만 엄격한 1심 재판부

법원이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달 30일 김 지사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는 징역 2년을, 드루킹 김씨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뇌물공여 혐의에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지사와 김씨에게 적용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만 실형이 나온 것은 이 법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형법 314조 2항에 따르면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업무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된 1995년 이래 실형이 확정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대부분이 벌금형이었고, 가장 무거운 선고가 집행유예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김 지사와 김씨에게 이 혐의로만 실형이 선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씨도 이 혐의 법정형 자체가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재판 과정에서 댓글조작 자체는 인정하되 법리적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보카' 도모(62) 변호사도 최후진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 등으로 업무방해가 된 사례가 없다는 것을 특검이 조사해 본 다음 기소했어야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물음표가 붙는다. 2016년 9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지만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임을 고려해 법정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고 말할 수 있다. 두 전현직 지사의 엇갈린 판결을 볼 때 김경수 지사의 1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스스로 정치적 논란속으로 뛰어든 꼴이다. 양승태 전 대법관의 사법농단 사태의 관심을 다른쪽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당장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의심을 표명하고 있다.

민변, 법관에 대한 추가 탄핵소추 제안

당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지난 31일 사법농단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 10명에 대한 추가 탄핵소추를 31일 제안했다. 민변은 '드루킹 댓글' 등 혐의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향후 탄핵소추 명단 포함을 예고했다.

민변이 함께하는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시국회의)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탄핵소추 대상 법관 명단을 발표했다.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최근 사법농단의 실무자였던 임종헌과 정점인 양승태가 구속, 수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법농단 과정에서 주어진 직분을 어긴 무수히 많은 판사들이 책임지지 않고 법관으로 남아 재판을 하는 상황이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법관 6명에 대한 탄핵 소추를 제안한 데 이어 추가로 핵심 법관 10명에 대한 소추제안서를 발표하게 됐다"며 "탄핵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국회는 더이상의 직무유기를 하지 말고 사법 적폐 법관에 대한 탄핵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국회의는 "향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면 해당 공소장을 토대로 3차 명단 작성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3차 명단에는 법원행정처 관계자, 일선 법원의 수석부장 등 사법행정라인 외에도 성창호 부장판사 등 재판장급 판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국회의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재직할 당시 신광렬 형사수석부장에게 영장관련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법농단에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이 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논평을 통해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경력을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자칫 사법부와 법관이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결국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판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치열한 논리와 증거로 다퉈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청원 이틀만에 20만명 돌파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지난 30일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1심 재판 판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31일 2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국민청원 게시판엔 '시민의 이름으로, 이번 김경수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 글엔 이날 오후 9시39분 기준 20만명이 동의했다. 30일 오후에 청원이 올라온 것을 고려하면 만 하루를 갓 넘기자마자 청와대나 정부 당국이 답변을 해야하는 20만명을 달성한 셈이다.

해당 청원에서 글쓴이는 "촛불 혁명으로 세운 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과거의 구습과 적폐적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법적 판결을 남발해 왔다"며 "종국에는 김 지사에게 신빙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피의자 드루킹의 증언에만 의존한 막가파식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사법적폐청산 및 개혁 추진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이후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대책위)는 31일 대국민설명회, 시민사회와 연대한 사법제도 개혁 기구 구성 등을 추진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원 행정처 개혁 등도 해나가기로 했다.

대책위는 박주민 위원장을 필두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당 전략기획위원장, 당 홍보소통위원장, 당 대변인, 원내대변인, 영남 시도당 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투입됐다. 첫 회의에는 김 지사 법률대리인인 오영중 변호사도 참여했다. 

박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한 왜곡된 판결 대응과 사법 농단 또는 사법제도 개혁 두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며 "김 지사 판결 문제제기를 위해 변호인단 협조 하에 판결문을 세밀히 분석해서 판결이 갖고 있는 법리적인 모순을 알려가는 작업을 하겠다. 전국에서 설명회, 대국민 보고회도 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 제도 개선,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 법원행정처 개혁, 법원 내부에서 여전히 판결하고 있는 사법 농단 판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며 "필요한 경우 시민사회 진영과 힘을 합쳐서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기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오 변호사는 "어제 판결 결과에 대해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다"며 "그간 특검 수사 뿐 아니라 1심 과정에서 많은 증인신문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공개 법정에서 (무죄가) 입증됐음에도 정반대 결과가 나와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재판부의 증인 심문 방식과 증거 채택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文대통령 겨냥 특검 도입 공세

야당은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사건 공동정범으로 법정 구속된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돌입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을 겨냥한 특별검사 도입도 언급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은 김 지사가 문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었음을 기억한다"며 "문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 지사 댓글 조작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답해줘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이어 "오사카, 센다이 총영사가 사실상 대가로 유지되고 제공됐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여기에 핵심이 백원우 전 비서관"이라며 "백 전 비서관과 이 사건 관여에 대해 다시 명백히 밝혀야 한다. 검찰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했다.

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의 헌법을 철저히 부정하는 일"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의 사법부가 이미 특정 정치 성향, 특정 정치 편향을 띄고 있는데 사법부를 정부·여당이 주머니 안에 공깃돌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고 보인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국회에서 각각 긴급 의총을 열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김 지사 혐의에) 선거법 위반이 들어가 있는 만큼 재임 중 수사를 빨리해야 하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수사는 특검이 돼야 한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경수 지사, 빠른 시간내 판결 바로잡아 도정 복귀 피력

한편 김경수 경남지사가 31일 "빠른 시간 내에 판결을 바로 잡고 도정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을 '보복성'으로 규정짓고 당 차원에서 대응해나가기 위해 구성된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위원장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구치소를 찾아 김 지사를 접견한 뒤 이 같은 면담 내용을 전했다.

김 지사는 "경남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약 7개월간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며 "서부경남 KTX나 조선업 부활 기틀을 마련해 도정 혁신을 해나가려는 상황에서 도정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닐까 도민께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판결을 바로 잡고 도정에 복귀해서 서부경남 KTX나 조선업 부활 등 성공적인 경남 경제를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박 위원장은 "30분 정도 지사님과 면담을 했다"며 "지사께서는 구체적인 재판 진행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도정 공백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셨다"고 설명했다.

향후 일정은?

드루킹 일당과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31일 법원에 따르면 김 지사 측은 이날 1심을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에서 기소한 12명에 대해 모두 유죄 판단을 받으며 완승을 거둔 허익범 특별검사팀도 2라운드를 준비하게 됐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규정이기는 하지만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1심 선고가 내려져야 하고, 항소심과 상고심의 경우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판결이 나와야 한다.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가 바닥을 향해 가는 지금 2심 재판부는 어떠한 판결로 당사자 및 국민을 납득시켜 그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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