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
난치병 어린이 소원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
“내가 아프면서 가족들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족들의 웃음을
봤고, 그 모습을 간직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가족들 또한 나의 행복한 얼굴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레테의 강은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없애는 망각의 강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일 딱 하나의 기억이 허락된다면 당신은 어떤
순간을 선택하겠는가?
삶의 의지 부여 근본 목적
꿈에 그리던 소원이 이뤄지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박 웃는 모습. 이 정도면 유일한 기억으로 선택되기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한 가족들과 친구들 때문에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메이크어위시는 김영식 사무총장의 설명처럼 난치병 어린이 대상, 삶의 의지를 찾게 해주는 것을 근본 목적으로 설립됐다. 1980년 경찰이
되고 싶었던 7살 백혈병 환아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에서 창립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소원이 성취된 아이들은 5명, 듀센근이완증(근육병) 백혈병 뇌종양 등 병세가 심한 아이들이 우선됐다.
의사나 가족의 추천서를 바탕으로 대상자가 선정되면 소원을 알아내고 그것을 이뤄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 이벤트를 벌인다. 이 모든 과정은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몸으로 때우는’ 일을 전부 책임지는 것이다.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최고 난제”라는
자원봉사자 김지수(33 여) 씨는 “병원에 누워 TV시청만 해서인지 연예인 만남이 으뜸”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가수 바다와 보아, 영화배우
임은경이 아이들과 만났다.
“감동을 만들어 가는 과정 중시”
첫 번째 위시키드 손동환(12 남 근육병) 군은 마술을 배우고 어머니와 리무진을 타는 것이
소원이었다. 봉사자들은 동환이가 마술을 배워 가족들에게 깜짝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리무진에 태워 자동차극장으로 안내했다. 스크린에는
동환이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영상편지가 흘러나왔다.
“모두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과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조성환(34 남)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더불어 “여느 봉사활동과는 달리 이 일은 결과가 아닌 감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차별성을 지적했다. 소원을 이루는 날은 하루지만 그 하루를 위해 아이와 많은 시간을 채워나간다.
“준비하면서 어려울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솟는다”는 서범석(32 남) 씨는 “아이와 가족의 웃음을 통해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한다. 작지만 마음과 마음이 모이면 삶의 희망을 부여할 정도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직업 성별 동기는 다르지만 현재 한국 메이크어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한마음 한뜻이다. 이번 봄이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기적을 불어주고 설사 하늘나라로 가게 되더라도 잊지 못할 기억 하나를 심어주는 것이다. 레테의 강에서 “어떤 기억을
남기겠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서슴없이 “소원이 이루어졌고, 저를 보며 가족들이 웃던 그날이요”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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