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가 이르면 내년 7월 시행된다. 정부가 그 동안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난을 받아온 산업연수제와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라는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크게 고무된 상태다. 하지만 재개는 거센 반발을 하며 고용허가제의 폐지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중기협, 이권 사업에서 손놓지 않겠다는 심산”
정부가 3월28일 발표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안의 가장 큰 골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관계법을 적용시켜, 노동자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외국인 노동자들도 노조 결성과 단체교섭, 단체행동 등 노동 3권을 부여받아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경우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인권탄압과 임금체불 등의 소지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국내 체류 3년 미만인 외국인 노동자에 한해 체류기간 2년 연장 △4년 미만의 경우는 고용주의 확인서를 받아 출국 후 재입국해 취업
△그 이상인 경우는 모두 강제 출국했다가 한국어 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법체류자 문제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 안이 발표되자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도 유지를 주장해 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김영수)는 즉각 반발했다. 중기협은 4월2일
회장단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현재 외국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인건비 상승과 외국인 노동자 집단행동 등 새로운 부담만
발생시키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기협은 고용허가제 도입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장외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국인노동자 관련 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소장은 “중기협의 주장과 논리가 궁색하고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200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 한 해 동안 중기협이 산업연수생과 관련해 송출업체와 연수기업, 연수생들로부터
돈을 받고 427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면서 “중기협이 그런 이권이 오가는 사업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된 문제들은 산업연수제의 불합리성과 송출비리가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연수생 제도를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연수생들은 한국에 들어오려면 1,000만 원 정도의 송출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연수생들로서는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3년 동안 열심히 일해도 송출비용을 메우기가 힘들다. 그들이 작업장을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게 이 지부장의 설명이다.
인건비가 높아질 것이라는 중기협의 주장에 대해서 박천응 소장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산업연수생의 인건비가 워낙 낮은 것일
뿐,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거의 현실적 수준이라는 것. 또한 그간 무료로 제공되던 숙식비 등이 유료화 돼 오히려 인건비 절감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박 소장은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단행동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박 소장의 견해다. 단체행동권이 없기 때문에 회사가
아닌 인권단체 등에 자신들의 처지를 주장하는 형편인데,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회사 내에서 양자가 해결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한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4월7일 성명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취업의 자유와 사업장 선택, 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고용허가제라도 조속히,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