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수해 대책 절실하다
강원도 수해지역 복구 아직도 ‘진행중’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인 장마기간에 들어섰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이 달 말까지 계속되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역적으로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시간당 8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니 조심하라는 경고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3조원. 2백명이 넘는 인명피해와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15일 집계한 지난해 전국 피해복구 현황을 보면 주택은 총 대상 8,714동 중 8,338동(95.7%)이 복구가 완료됐고,
농경지는 총 대상 1만6,858㏊가 모두 복구됐다.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은 3만9,524건 중 2만8,396건(71.8%)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장마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수해복구가 아직도 70%밖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강원도는 지역전체가 침수, 산사태 등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장마가 시작됐는데도 이 지역의 복구작업은 아직까지도 진행중이다. 올해
역시 태풍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 많아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강원도 수해복구
강원도는 태풍 ‘루사’피해가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주택피해를 입은 4,515가구 가운데 27%인 1,236가구가 아직 주택 완공을
못해 컨테이너와 남의 집 신세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공시설 중 하천의 경우 740곳 복구대상 가운데 현재 469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며, 소하천은 1,685곳 중 879곳이 공사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마기간에 지난해 수해복구공사를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지역의 일부 수해복구 공사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강원도 영양읍의 한 수해복구현장에서는 이 달
6일까지 공사를 마쳐야하는데도 공사장에는 관리인 1명만이 지키고 있을 뿐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한편, 공정율이 60%에 불과한
이 복구현장에는 공사에서 발생한 폐자재가 도로 위에 그대로 방치돼 집중호우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수해복구공사 설계가 지역여건 등에 맞지 않아 변경해야 하는 곳이 많지만 예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 강릉시는 강동면 군선천의
하천·도로복구현장 등 20여건의 공사현장에서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계변경의 요인은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른 옹벽및 배수로 추가설치를
비롯해 도로확장에 따른 경사면 정리, 하천 복구를 위한 건축자재 추가 수요 등 다양하다.
이처럼 설계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 강릉시는 현실에 맞게 설계변경을 수용하고 있지만 열악한 재정형편으로 인해 사업비
증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릉시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한 만큼 공사발주 당시 계약금액에 맞게 사업물량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하천복구, 도로복구는 당초계획과 달리 공사구간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강릉시 관계자는 “수해복구공사현장에서 설계변경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나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주어진 공사금액에 맞게 물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듯 예산이 부족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수해복구 공사과정에서 향응 및 뇌물을 제공받거나 불법 하도급계약을
맺는 등 비리가 발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강원도 경찰에 따르면 공사업체 현장소장으로부터 식사대접 등을 제공받은 혐의(건설기술관리법위반)로 감리단 관계자 11명과 현장소장 3명을
입건 조사하는 등 23개 건설업체, 감리단, 기관직원 등 51명을 입건했다.
복구공사 왜 늦나
수해지역의 복구작업은 예상보다 늦어진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원인으로 복구계획 수립에서부터 예산을 배정하고,
공사 착공에 이르기까지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꼽는다.
수해발생 직후 기초단체의 피해보고에 대한 상급기관(광역단체 및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조사가 이뤄진 뒤 피해내용이 확정되면 복구를 위한 실시설계를
거쳐 공사를 발주하게 되는데 이 기간이 통상 3개월쯤 된다.
여기에 예비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항구적인 복구 계획이 땜질식으로 수립되고 공사도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어 예비비 확보에 또다시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간다.
또 토목공사 이외의 구조물 공사는 동절기에 못하도록 돼있어 본격적인 복구공사는 이듬해 시작되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수해의 경우 지방채
발행이나 피해내용 확정 전 예산 지출 허용 등으로 예년보다 신속하게 예산 투입이 이뤄졌지만 대부분의 공사가 지난 3월 시작됐다.
복구공사에 관여하는 기관이 여러 곳인 것도 공사를 더디게 한다.
김해시 한림면 배수장의 경우 관리는 농업기반공사, 방재책임은 김해시장이 맡는다. 배수장 복구를 위해 김해시가 도시계획이용변경, 국토이용관리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마친 뒤 농업기반공사로 계획을 넘겨서 복구사업을 시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잦은 강우와 장비난, 인력난, 자재난 등 제도 외적인 요인도 수재민들의 급한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충북 영동읍 산저리에서 제방공사를 맡은 장호종합건설의 권혁근 소장은 “봄철에 비가 자주 온 탓도 있지만 도에서 동시다발로 공사를 발주해
장비·인력 부족으로 공기를 맞추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태풍대비 철저히 해야
지난 5월 시간당 120~170㎜를 뿌린 제4호 태풍 ‘린파’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은 농경지 침수와 도로 침하 등 수해가 잇따랐다. 일부지역에서는
지난해 수해를 입었던 곳이 또다시 침수되고, 수해복구 자재마저 유실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또 지난달 중순 우리나라 남동부지역을 비껴간 태풍 ‘소델로’는 한라산에 725.5mm의 폭우를 쏟았다. 올해 한반도를 강타할 태풍의 위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장마기간동안 수해 발생시 재산과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비책과 피해에 신속히 대응하는 행정력과 주민대처요령이 절실하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