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취임 이후에도 반복되는 안전사고
여당, 문제 심각성 판단 직접 나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검토
노조, 자진사퇴만이 책임있는 행동
믿을건 유영민 비서실장뿐?
[시사뉴스 강필 · 김정기 기자]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하려던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커졌다. 계속된 사망사고에 이어 여당 주도의 포스코 청문회가 열렸고, 노조에서도 회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주주권 행사 여부를 위한 검토작업을 시작했다.
최 회장 취임 이후에도 반복되는 안전사고
지난 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던 30대 청년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지는 등 지난 5년간 포스코에서 사망한 노동자만 42명에 이른다. 2018년 7월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14명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 중 8명이나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과문 발표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회장으로서 안전경영을 실현할 때까지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 안전상황 점검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안전 책임 담당자를 사장급으로 격상해 안전이 최우선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만하고 있다.
여당, 문제 심각성 판단 직접 나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직접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세계적 철강기업인 포스코에서 산재 사고가 반복됐지만 안전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포스코는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산업안전과 환경보호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유무현 GS건설 대표이사,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 등 등 제조·건설·택배업체 9개 기업 대표이사를 청문회 증인으로 확정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검토
포스코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커지자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주주권행사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에서도 이른바 '문제적'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공익 사외이사를 선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기업이 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1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위원 7명이 포스코를 비롯한 7개의 문제적 기업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 주주제안 관련 안건을 발의했다. 이어 이번달에 열리는 기금운용위 2차 회의때 보고될 예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기금운용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위원들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연금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운용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 이익을 위해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자진사퇴만이 책임있는 행동
포스코 노조는 최정우 회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최정우 회장이 또 다시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망사고, 반복되는 사과문”이라며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설날도 지난 시점에서, 직접 유가족을 찾아뵙지도 않고 발표한 사과문에 애도의 진정성이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정우 회장이 연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지난 3년의 임기로 최정우 회장의 경영능력과 소통능력, 리더십과 도덕성은 낙제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중대재해·환경오염·비리경영·노동탄압·불법파견 등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3월 12일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 안건이 상정되기 전에 최정우 회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을 요구했다.
믿을건 유영민 비서실장뿐?
사면초가에 빠진 최정우 회장은 여당의 집중포화를 벗어나기 위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유 실장은 동래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유 실장은 포스코경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내며 최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있다.
최 회장도 평소 사석에서 유 실장과의 친분관계를 앞세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2018년 최정우 회장의 포스코회장 선임과정에서도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유 실장과의 친분관계를 앞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실장은 LG맨 출신으로 故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LG전자에 다니던 시절 LG에서 상무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쌓아 친노 그룹에 승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지금 접한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업인 포스코 문제에 대해 개입할 명분도 없고 권한도 없고, 실제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를 포함한 이례적인 여당의 집중포화 속에 청문회를 기점으로 최정우 회장에 대한 연임불가 여론이 급변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