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화무드 ‘맑음’
북·미·중 3자 회담 곧 개최 될 듯
부시 정부 중간선거 의식 대화 나설 것
뉴욕타임스,
위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지난 7월15일 북한이 미 국무부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 담당대사와의 비공식 접촉에서 “핵무기 6개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폐연료봉에서 추출”했음을 밝혔다고 고위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후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미 언론들의
추측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7월21일 뉴스위크는 최신호(7월28일자)에서 ‘북한은 이미 3-4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핵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축출하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22일에는 올해 중 한반도 전쟁설을 주장했던 윌리엄 페리 전(前)
국무부 장관이 북한이 올 연말까지 핵무기 8개를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북한은 미국이 오는 9월9일까지 핵문제와 관련된 자신들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핵보유국 선언’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도쿄의 한 평양 소식통의 말을 인용,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응답이 없을 경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기념일인 9월9일을
기해 ‘핵클럽(nucleaclub) 합류’를 공식 선언, 핵실험과 핵무기 증강의 길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8월 중 북·미간 대화 재개 할 듯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일본 등 북핵 문제의 이해 당사자들은 위와 같은 추측성 보도의 진의와 북한의 플루토늄 축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8월 위기설’과 함께 극적인 평화해결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되어왔다.
이 가운데 7월18일 중국의 다이빙귀(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이 워싱턴을 방문,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장시간 면담을 가진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곧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이로써 북핵 사태는 위기에서 긴장완화로의 중대한 전환점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다자회담 절충안(3자 회담 후 5자 회담)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긍정반응을 보이면서 이르면 8월중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재개 자체로 한반도 위기가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등 의미가 크지만 회담일자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회담이 진행된다
해도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3자 회담의 성격규정이나 5자 회담 확대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며 무엇보다 북핵 해법의 지향점과 절차와 관련한 북·미 양자 간 시각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미는 회담 시작 전부터 벌 써 94년 제네바 합의의 존폐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새로운 북핵 해결의
틀인 ‘베이징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미간 해법 시각차 속 미묘한 변화기류
북한이 제안한 대범한 해법은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조치로 대북 지원이 보장되는 단계별 일괄 타결안인 반면, 미국은 무조건적인 핵
포기 선행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4월 베이징 3자 회담에서 북한측의 ‘복도 발언’을 통해 핵 재처리 사실을 전해들은 미국은 이후 이같은
원칙을 더욱 굳혀왔다.
양국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 북한의 미묘한 태도 변화는 주목된다. 북한은 7월16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우리가 핵개발을 포기한다면
미국도 그와 함께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종식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핵포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대목이다. 북한이 협상용을 넘어
실제 핵개발을 감행할 것이라 는 미국 측 의구심을 누그러뜨릴 만한 발언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 재처리를 끝냈다는 엄포성 주장을 회담장 테이블에서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핵포기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대북 지원의 규모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여하에 따라서는 지난 베이징 회담의 실패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도 대화에 임박한 시점까지 △8월
경수로 중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탈북자 수용검토 등 정권교체를 암시하는 대북 압력수위를 계속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중지 등의 선행조치와 대북지원의 연계를 고수할 경우에도 난항은 불가피하다.
강경에서 선회한 미국… 왜?
뉴욕 타임스는 이날 크로퍼드 목장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기자회견장에서 부시가 북한 핵 문제를 언급한 내용을 전하면서
부시가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필립 리커 부대변인도 이날 “김정일 정권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초점은 북핵 사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부당한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대화 이외에는 사실상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가뜩이나 이라크와 중동문제에 발목이 잡힌 부시 행정부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북핵 문제의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처지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예에서 보듯 민주당 측도 북핵 문제가 대책없이 갈수록 악화된다며 공격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모두 반기는
중국 측의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일단 중국식 문제 해결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합의 대체할 베이징 합의 예상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미간 대결을 중지시킨 교과서 역할을 해왔으나 이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반감이 무척 강하다는 점에서 기본 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합의를 파기했다는 미국 측 주장과 핵개발은
경수로건설 지연과 미국의 대북 고사작전에 따른 자위권 발동이라는 북한 주장이 맞서 있는 등 책임론이 팽 팽한 것도 변화가 점쳐지는 이유다.
하지만 새로운 틀이 만들어지더라도 ‘핵포기-경수로지원’이라는 제네바 합의의 기본정신 은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베이징 합의가 도출된다면 경수로지원을 넘어선 좀더 포괄적인 대북지원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경수로 사업의 경우 미국이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압박작전을 펴고 있으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한국과 일본이 지속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다자회담장에서 미국이 독단적인
주장을 고집하기 힘들다 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가 7월17일 제네바 합의 준수를 강조한 대목은 앞으로 북·미 협상의 방향과 관련,
주목되는 부분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다이빙궈는 불가침을 먼저 보장해 달라는 북한 측의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은 먼저 다자회담에 응해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논의해야 불가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해 주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7월22일 북한이 다자회담에 응하면
미국이 체제보장과 경제협력 방안 등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다자회담에 제시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