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상품평을 ‘믿~씁니까?’
대형 인터넷쇼핑몰 제품 장점 부각시킨 사용후기만 채택하는 등 조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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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제품을 먼저 구입한 사람들의 사용후기를 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일부 대형 인터넷쇼핑몰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사용후기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
대형 인터넷쇼핑몰의 상품평이 조작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인터넷쇼핑의 특성상, 제품을 먼저 구입한 사람들의 사용후기는 구매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실제로 상품평이 많거나 좋은 제품은 판매실적이 비례적으로 오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넷쇼핑몰 업체들이 후기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품 리뷰를 쓰면 마일리지를 주는 방식 등으로 ‘후기 게시판’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제품평은 소비자에게 실패를 줄이고 생산자에게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정보창구로 활용되면서 인터넷쇼핑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부 대형쇼핑몰들이 제품 후기를 임의적으로 선별한다는 의혹을 받음으로써 ‘더욱 교묘하고 부도덕한 광고’의 한 형태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후기 믿고 샀다가 낭패봤다”
공정거래 위원회나 해당업체 게시판에는 고객 사용후기가 왜곡됐다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업체가 소비자의 상품평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좋은 사용후기만을 선별하여 올린다는 것. 사용후기만을 믿고 물건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피해자들도 많다.
공정거래 위원회 사이트(www.consumer.go.kr) 소비자 신문고에 김경현 씨는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했는데 제품에 하자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회사 제품 상품평을 게재했는데 비판은 무시되고 좋은 상품평만 가득했다”며 “물건을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 소비자를
농락하는 이런 형태가 공정거래라고 할 수 있나? 소비자의 말을 무시한다면 상품평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인터넷쇼핑몰 고객게시판에 올라온 소비자 의견에는 이 같은 불만이 더욱 많다. “상품평을 골라 실으면서 ‘상품평’이라는 이름이 적합한가?
‘상품에 대한 칭찬’ 또는 ‘이 상품의 좋은점’으로 이름부터 바꿔라. 일방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상품평에 현혹돼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가엾다”
(LG이숍 배용준)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안심이 되어 주로 상품평을 보고 제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가끔 실제 제품을 사용해보면 상품평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도 이런 사실을 알고 사야 할 것 같아 제품의 문제점을 올리면 내가 쓴 상품평은 게재되지 않고, 제품을 칭찬하는 글만 올라와
있다.” (LG이숍 조성희)
“상품평에는 좋다는 내용만 가득한데, 구입한 상품의 자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득한 것을 보고 놀랐다. 만족이나 불만인
부분이 공정하게 게재돼야 소비자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CJ몰 김연주)
“어떻게 달고 먹기 좋은 것만을 취하는지. 상품을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가 아닌가?”
(CJ몰 한수진)
제품 구매 않고 사용후기 쓰기도
명확히 드러나는 제품의 문제점이 사용후기에는 전혀 없다거나 상품평과 제품이 판이하다는 불만도 많다. 제품이 바뀌었는데 상품평은 이전의 것이
그대로 남아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도 있다.
사용후기가 이처럼 선별된다는 사실이 명확히 공지되지 않아 문제는 더욱 크다. 구매자는 상품평을 신뢰해 물건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LG이숍
소비자 김윤경씨는 “좋은 글만 올라간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는데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도 상품평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사용후기가 실질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기보다 광고에 가깝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것이다.
상품평을 믿고 물건을 샀다가 피해를 봤다는 최준희 씨는 LG이숍 게시판에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상품평을 쓸 수 있던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품평 선별 게재 논란에 대해 해당업체 담당자들은 “상품평은 신중하게 선정된 고객의 의견이다. 채택되지 않은 상품평은 해당 상품을
담당하는 MD가 확인하여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LG이숍 홍보팀 신형범 팀장은 ‘조작’으로 모는 것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필터링 과정을 거치는 것은 사실이다. 의도적으로 올라오는 악의적인
글들도 많고 경쟁사에서 비방하는 글을 쓰기도 하기 때문에 선별작업을 포기하긴 어렵다”며, “100% 제품의 장점만 게재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 게시판은 완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사용후기에서 탈락되는 글이 있더라도 게시판에서 소화가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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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운송차량을 대량 갖출 정도로 대형 업체인 인터넷쇼핑몰에서 네티즌의 소비문화를 건전하게 주동하지 못해 비난을 받고 있다. |
제도적 장치 아직 없어
하지만, 일부 대형 인터넷쇼핑몰은 제품의 단점을 설명한 상품평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상진 씨는 LG이숍 게시판에 “수많은
상품평 중에서 건전하게라도 비판한 내용이 있으면 단 10개만 찾아봐라. 1/3쯤 확인하다 말았는데 없을 것이다”라며 비난했다.
소비자보호위원회 사이버소비자센터 관계자는 “사실에 근거한 글을 업계의 이익을 위해 유리한 부분만 채택한다면, 불공정거래행위로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리뷰사이트 엔토크(www.entalk.co.kr)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제품의 판매율에만 급급한다.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상업주의만을 앞세운 기업 윤리의식이 결여된 결과”라며, “국내 인터넷 산업이 외형적으로 양적 팽창만 하고 있을 뿐 고객
서비스와 같은 질적 서비스는 성장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인터넷 산업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품 리뷰의 공정성을 확보할만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최근 한 두 차례 관련 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공정거래 위원회
전자거래보호과 최경원 씨는 “상품평을 쓰는 사람과 업체가 공모를 하고 허위과장 사실을 올렸으면 모르지만, 단지 글을 선별하는 차원은 법적
위반 사실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품평은 홍보차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내용과 다를 수 있으므로 과신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는 것 이상의 뾰족한 대안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많다면 방관할 수만 없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용후기가 업계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선별의 객관적 잣대를 제공하거나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소비자 장유진 씨는 “상품평이란
그야말로 직접보고 살 수 없는 사람에게 직접 사용해본 듯한 여러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은 21세기의 신유통채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성장하는 신유통채널은 상품평을 나누는 소비자 같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주동하는 네티즌들에
의해 발전한다는 사실을 업계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