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를 찾지 못해 혼기를 넘기고도 결혼을 못하는 농촌총각이 늘고 있다. 농촌총각 결혼문제는 소외된 농촌 현실의 상징이자, 농촌의 고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국제결혼. 국제결혼사업팀을 별도로 운영중인 세계항공사의 한익환 대표는 “국내에서 외면받은 농촌총각들에게 국제결혼은 유일한 희망이자 농촌을 살리는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4명 이하 소수정예, 결혼 이후에도 관리
세계항공사 국제결혼사업팀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18차 국제결혼 맞선 이벤트를 벌여 약 70쌍을 결혼에 골인시켰다. 무조건 접수를 받아 대규모로 이뤄지는 맞선 이벤트와는 달리,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한 후 4명 이하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세계항공사의 특징이다. 이 때문에 100%의 가까운 성공률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결혼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된 가정을 꾸린다.
한 대표는 “한국에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결혼 후에도 여러 가지 관심을 쏟기 때문에 이혼확률이 최저다”고 자부했다. 조건이 안 좋은 회원부터 결혼을 성사시키는 것도 한 대표만의 방식. 한 대표는 “조건이 열악할수록 결혼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된다. 아무리 여성들이 기피하는 조건이라도 그에 맞는 상대를 현지에서 꼭 찾아내고야 만다”고 말했다.
결혼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를 방문해 엄선된 현지 여성들과 직접 맞선을 보고 배우자를 선택한 후 수속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세계항공사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성만 고집해왔는데, 다 이유가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낀(Kinh)’족은 중국 양자강 유역에 거주하다 한족의 남진으로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종족으로 생활과 문화, 종교와 관습, 외모와 피부색 등이 우리와 흡사하며 민족적 정서도 비슷하다. 특히 최근 한류열풍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행복추구 권리 찾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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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26일 세계항공사 국제결혼사업팀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 회원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현재 이들 부부는 각 전라남도 함평(왼쪽)과 충청북도 단양에 거주하고 있다. |
세계항공사 국제결혼사업팀은 농촌총각 결혼문제에 대한 사명감에서 시작됐다. 한 대표는 “산업발전에 버팀목이 되어 준 수많은 농업종사자들과 산업노동자들이 배우자를 만날 수 없어 가정을 이루는 행복추구권마저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며, “농·어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내여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뜻있는 젊은이라 할지라도 농·어업에 헌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소외계층이 사회에서 터전을 닦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짝을 맺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세계화시대에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과 결혼, 그 결과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행복추구의 권리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내에서 배우자를 찾을 수 없는 결혼희망자들이 외국에서라도 배우자를 찾아 행복을 누리고 산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도 보아야 할 것이다.”
한 대표는 덧붙여 “소외계층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 이외에도 국제 결혼의 효과는 크다”고 강조했다. “국제결혼자가 처갓집을 믿고 소자본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어 국제투자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국제결혼자가 외국에서 살 경우 소자본과 기술력을 갖고 광활한 토지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부농의 꿈을 외국에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는 것. 또한, 한 대표는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모국어를 배우며 자라난 자녀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자원이 풍부한 어머니의 모국과 가교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율 해마다 상승
직업 학력 인물 재력 나이 가문 등 모든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는 한국의 결혼 풍토에서 농촌총각이나 도시근로자, 재혼자의 결혼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국제결혼은 늘어나는 추세. 한국의 국제결혼자 수는 1990년 600명 수준이었으나, 1991년 이후 한국남성과 외국여성간의 국제결혼자 수가 꾸준히 증가, 1996년에는 12,000 수준으로 20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IMF 경제여건으로 1999년까지 6,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2000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해 7,804명을 기록, 최근 그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 국제결혼은 대부분 중국 조선족 여성들과의 결혼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조선족 여성들로부터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늘어나 사회문제로 비화되면서부터 현재는 아시아 전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그 후유증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 대표는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후 도주하거나 부실 결혼업체로부터 피해를 입는 사례, 자라온 환경과 정서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겪는 사례, 가족들의 멸시나 남편의 무절제한 행위로 결혼이 파경에 이르는 경우들을 국제결혼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행복한 가정 이룬 경우 많다”
“내국인의 이혼율도 47.4%를 상회하는 시점에서 외국에서 자라난 여성이 언어와 풍속, 정서가 전혀 다른 한국에서 시집살이에 대한 고충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국제결혼의 문제점에 명쾌한 해답을 구한다는 것을 어렵다”면서도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공신력있는 공공기관이나 믿을만한 단체와 계약하며, 정서가 비슷한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선택하라”는 것이 한 대표의 당부. 장래성 없는 신랑을 믿고 시집살이하는 것보다 취업해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정을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선족들은 언어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업이 더 용이한 것이 현실. “도주를 막기 위해서는 가난한 환경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후진국 여성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 한 대표의 조언이다.
한 대표는 “매스컴들이 국제결혼의 폐단만을 보도해왔기 때문에 국제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 하지만 수많은 한국인들은 국제결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며, 국제결혼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항공 국제결혼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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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