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북한이 한미 해군이 항공모함 연합훈련을 마친 다음날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북한이 3차례의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하고, 7차 핵실험 준비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대북강경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10시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했다. 당초 서울시가 환경의 날을 맞아 한강공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비공식 일정을 계획했으나, 이날 오전 북한이 평양 순안 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상황이 엄중하다 인식해 일정을 바꾼 것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 참석자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정부 임기 초 안보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이라고 인식을 같이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회의는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논의 결과를 보고 받고는 "북한이 올해 약 9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고 지적하며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세번째다. 취임 사흘째였던 지난달 12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같은달 25일에는 이른 아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발사체 1발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3발을 쏘며 시위의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이날 아침에는 최소 2곳의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쐈다. 이례적으로 다발의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전날 종료된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으로 윤 대통령은 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손을 내밀었으나 북한은 잡지 않았다. 코로나 관련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공개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 간 접촉면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무력시위 강도를 올리는 상황에서 나토 참석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양자 정상회담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 등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무력도발을 강하게 규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피하진 않겠지만 보여주기식의 만남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행동이 전제되어야 만남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무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과 강경 대응을 경고하며 맞서고 있는 한국 간의 경색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