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중소상공인들에게만 추가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보증금제는 시행 약 20일을 앞둔 지난달 21일 6개월 시행 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환경부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1회용 컵 보증금제’ 정책보완 시급 여론 형성돼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 반납 시 돌려받는 제도다.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의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이 대상이다.
1회용 컵 보증금제 관련 법은 지난 2020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환경부가 오는 6월10일 시행 예정이었던 법이다.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환경부의 명분은 1회용품은 당장 쓰기에 편리 하지만 다량의 폐기물 발생과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켜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내세웠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점에서 1회용 컵을 쓰면 보증금을 내야 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시행의 목적, 구체적 시행방안 등이 모호해 정책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환경부가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와 재활용을 확대하려는 것은 지난해 1회용 쓰레기가 폭증한 데 따른 것으로 특히 종이류는 2019년 대비 25%, 플라스틱류는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전국의 2만여개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는 의무적으로 적용될 계획이었다. 당시 환경부는 제도가 안착됐을 경우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이고, 연간 445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부담이 소상공인들에게만 전가 불만 속출
시행이 임박할수록 소상공인들의 불만과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제도를 집행·관리하는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는 제도를 폐지하거나 유예할 것을 촉구하는 글들이 수백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은 제도 전반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추가 비용 등 부담이 소상공인들에게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라벨 구입비 부담, 회수·세척·스티커 부착에 따른 수고와 추가 인건비 부담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수거 업체가 1000개 단위로 컵을 수거할 경우 수백개의 컵을 보관하는 장소와 위생 문제 등을 염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보증금제를 매장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정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지만 1인이 운영하는 영세 매장도 적지 않다. 반면 매장수가 100개 미만이지만 대규모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나, 매출 규모가 큰 개인 카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도 시행 유예를 주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대표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행을 유예하고 계도기간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달 18일 환경부에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8일 입장문을 통해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경부에 제도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업주에게만 비용부담 전가되는 방식, 법개정 필요
환경부는 지난달 17일과 이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비용 보전 방안 등이 다뤄졌지만, 결국 제도 시행을 유예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는 “순환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제도 시행을 12월1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간담회를 진행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자 유예기간을 요구했다"며 "비용 부담이 판매 상인에게만 전가되는 식으로는 일회용 컵 소비를 줄이기도 힘든 만큼, 지금의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다회용컵 사용을 유도해 탈플라스틱으로 가자는 것이 정책목표라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간 30억 개 정도의 사용량을 감안한다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플라스틱컵이나 플라스틱코팅 종이컵을 대체할 친환경 종이컵 등의 사용 의무화가 정책목표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보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이 퇴보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시점에서 이렇듯 1회용컵 보증금제가 업계와 소비자 모두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고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탈플라스틱이라는 본질적인 정책 효과를 위해서는 다회컵 사용이라는 구호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고려한 정책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