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충북대학교에서 인지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코로나 시대에 일상에서 한 번쯤 궁금하거나 걱정 됐던 문제에 대한 연구 수백 건을 직접 찾아보고 그 결과와 데이터를 정리한 책이다.
뇌는 멀쩡할 거라는 착각
당신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뇌와 인지 기능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영국인 50만 명의 건강 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전후의 뇌 영상을 비교했더니 신경 세포체가 밀집되어 있는 부분인 회백질의 두께가 얇아져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뇌를 검사했더니 마치 치매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앓은 사람의 뇌처럼 여기저기 손상을 입었고 특히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 세포들이 망가진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를 피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이동 제한과 지역 봉쇄 등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고립은 뇌와 인지 기능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처럼 외부 사회와 단절된 환경에서 생활한 연구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롯해 여러 영역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주의 기능과 공간 인지 과제 수행 능력이 저하됐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인류를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의 사회적 고립 실험’이라고 일컫는다. 전 세계인이 강제로 참여하게 된 이 실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최대의 실험’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롱 코비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힌트를 제시한다.
어떻게 인지 기능을 위협하는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두통, 피로, 기억력 감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등이 있다. 또한 코로나19 완치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을 측정한 연구 결과 도형 퍼즐 문제 풀기, 기억 과제, 논리 추론 과제 등 9가지 과제 점수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았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증상이나 이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가 감염 후 7개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뇌 손상이 다른 뇌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코로나바이러스와 팬데믹이 우리 뇌와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과연 위협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불황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팬데믹이 끝나면 뇌와 인지 기능은 회복될 것인지, 코로나 베이비들과 성장 발달 과정에 놓인 아이들의 인지 기능에는 이상이 없을지, 어떻게 학습 효과를 높일지 등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저하된 뇌 기능을 회복하고 지친 심신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 뇌와 인지 기능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될수록 더 발달하므로 생소한 동선으로 출퇴근하거나 낯선 점심 메뉴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즐기거나 새 취미를 찾는 것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영역의 부피가 커지고 뇌 영역 간 연결성도 좋아진다. 충분한 수면과 스킨십은 스트레스 수치를 줄여 주고 면역력과 백신 효과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