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경찰 고위 간부들을 일일이 만나 이례적 '대면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있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다. 임명 당시부터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이 장관을 통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논란이 거세다.
8일 행안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최근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경찰청장 후보자 6명을 지난달께 각각 만나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을 본 이들은 윤희근 경찰청 차장 내정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내정자, 우철문 부산경찰청장 내정자, 이영상 인천경찰청장 내정자,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내정자, 송정애 경찰대학장 내정자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24일과 이달 2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인사 당시에도 기존 치안정감을 6명이나 교체해 '전 정권 인사들이 물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자를 불러 면접을 본 것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정권의 경찰 길들이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정치인 장관의 (청장 후보군) 임명 전 사전 면담은 '충성할 사람 고르기'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장관은 최근까지 행안부 내에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설치해 경찰 직접 통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던 상태였다. 현재 행안부는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고 법무부 검찰국과 같은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 경찰에 대한 감찰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등에서도 최근 이 장관의 행보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991년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행정부에서 독립된 지위로 설립된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를 거치지 않고 정치인 장관이 직접 경찰을 통제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참여연대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에서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권한이 확대되면 대부분의 수사와 정보기능을 수행하는 경찰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동원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히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방안은 대통령-행안부장관-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휘라인을 형성시켜 정치권력이 경찰을 직할하는 방안이며 이는 경찰을 치안본부 시절로 퇴행시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991년 경찰청법 제정으로 경찰청을 외청으로 독립시키고 치안 업무는 경찰위에서 통제하게 했는데, 다시 행안부에 의한 통제를 얘기하는 건 3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것 아니냐"라며 "5년 내내 그런 관계를 유지하길 기대하면서 정권 초반에 (경찰을) 틀어잡으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같은 학교 이윤호 교수도 "(이 장관의 면담은) 의도가 어떻더라도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의외의 일이고 '입맞 맞는 사람을 감별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정치적인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장관은 총경 이상 고위직 경찰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자"라며 "일면식도 없고 어떤 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청하는 것보다는 만나보고 (제청을) 해야하지 않냐는 취지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