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첫 회의부터 윤석열 정부의 안보·경제 대응 역량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후 친이재명계(친명)와 비명계간 계파갈등을 의식한 듯 입을 모아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의 방사포를 발사한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영화를 관람한 것을 겨냥해 "윤석열 정권의 대응 방식은 대단히 불안하고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여러가지 문화 행사에 참석해서 문화 융성을 돕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때와 장소가 적절해야 한다"며 "말로는 대단히 강력한 안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주장할 정도로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실제 행동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윤석열 정부 안보정책의 정체성 뭔지 묻고자 한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수도권에 가장 위협적이라는 북한의 방사포 발사 도발에도, 정부는 그 사실을 바로 공개하지도 않았고 보고를 받았다는 윤 대통령은 영화 보며 팝콘 먹는 데이트나 즐겼다고 하니 안보 걱정도 군 통수권자보다 우리 국민들이 더 해야 하는 이 상황이 과연 정상인가"라고 거들었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한달을 맞아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대통령이 함께한 밥상에는 화물연대 파업과 물가대책 등 민생현안은 없었다"며 "원자재값 급등에 연일 고공행진하는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위기감 확산되고 있고, 경상수지마저 4월에 적자로 돌아선 상황인데 정부여당의 오찬장에서는 이런 위기감은 커녕 축하와 덕담만 오갔다고 하니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힐난했다.
경제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당의 원구성 협상 '양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국회의장단을 먼저 선출하거나,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합의에 대한 양보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우 위원장은 "국회 정상화를 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양보가 선결과제"라며 "법사위 위상을 바꾸든지, 바꿀 생각이 없으면 의석 비례에 따라 법사위를 양보하든지 권 원내대표의 입장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의힘 압박에 가세했다. 그는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 안전운임제 등을 논의하고 소비자 물가대책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당장 법정기한을 한참 넘긴 국회의장단부터 선출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에는 여야가 없다. 국민의힘은 국회 정상화가 늦어질 수록 국민이 입는 피해와 고통이 가중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가세했다.
아울러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것과 관련, "국민의 검증 없는 임명 강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한 정부 인사들의 국회 출석은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원들은 일제히 '단합'을 강조했지만, 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미묘한 간극도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한정애 비대위원은 "우리 당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게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토론을 거쳐서 뭔가 협의하고 합의된 지점들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있어서 우리 의원들도 그렇고 당원들도 우리 안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진 말자. 우린 함께 해야하는 사람"이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일부 '개딸'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친문 의원들을 겨냥한 집단행동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재호 비대위원도 "짧은 기간이지만 민주당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시간이니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고칠 건 고치고 없앨 건 없애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며 "무엇보다도 건전한 토론과 타협을 통해 하나의 민주당으로 단결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호응했다.
서난이 비대위원 역시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고 공존하는 건 민주당이 가장 큰 힘이자 자산이었으나 지금 민주당은 그 자산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감정적인 비난이 횡행하고 내 의견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통합을 이루고 혁신을 가질 수 있겠나. 우리의 민주적 전통,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정 비대위원은 대선과 지방선거 평가와 관련해 "평가와 반성은 혁신과 쇄신에 있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과제"라며 비대위 주관 평가 토론회를 제안한 뒤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아닌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국민들에게 계파갈등으로 비쳐지고 혁신 동력을 잃게 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비대위원은 "정치를 하려면 대중보다 반 걸음 앞서가라. 대중보다 한 걸음 앞서가면 낭떠러지 떨어져서 죽고, 대중과 똑같이 간다면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격언을 인용한 뒤 "과연 우리 민주당이 그동안 집권하는 동안 그 자세를 가졌나. 내가 추구하는 노선이 맞다고 국민과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회의에 앞서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우 위원장은 참배 후 방명록에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