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의기억연대 사건과 관련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한 재판이 지난 10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있었다.
윤 의원은 정의연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후원금 1억37만 원을 217차례에 걸쳐 유용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과 사기, 지방재정법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위반, 업무상 횡령, 배임 등 8개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은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황00씨와 조00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의 신문이 오전 10시부터 8시간 넘게 진행되면서 저녁 8시에 가서야 마무리됐다. 황씨는 위안부 쉼터 마지막 생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양아들로 지금은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목사다. 조씨는 황 목사의 배우자로 증인신문 과정에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두 증인에게 자신들이 확보한 통화내역이나 동영상, 언론보도 기사 등을 제시하며 두 증인의 증명력을 치열하게 다투었다. 쟁점은 길원옥 할머니가 온전한 인지상태에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활동과 돈 지출, 윤 의원에게 장례 및 나머지 모든 것을 맡긴다는 내용의 유언장 등을 작성했는가에 모아졌다.
검찰과 두 증인은 길원옥 할머니가 초기에는 스스로의 의지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섰으나 건강상태가 악화돼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정의연에 이용당했다는 데 집중했다. 건강이 나빠진 할머니를 정의연이 무리하게 해외 캠페인 등에 동원하였고 이를 양아들 가족에게도 숨겼다는 것이다. 심지어 길 할머니의 정부지원금이나 후원금을 마음대로 유용했다고도 했다.
이에 반해 변호인측은 길 할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의지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참여했으며, 돈의 지출도 모두 할머니가 온전한 의식상태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먼저 증인신문에 나선 검찰이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증세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2014년 파리에서 정대협이 개최한 ‘정의의 외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무리하게 정대협이 해외 캠페인에 할머니를 동원한 거 아닌가?”라고 묻자 황 목사는 “네 그렇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장례를 진행하는 것, 나머지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깁니다’라는 유언장이 공개됐다. 길원옥 할머니가 스스로 이런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공개된 길원옥 할머니의 유언장이 길 할머니 의지로 작성된 게 아니라는 취지다.
황 목사는 윤향미 의원측 변호인의 질문에서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변호인측이 2019년 3월 ytn에 보도된 기사 보여주며 “손 편지 호소문이 어머니 글씨 맞나?”라는 질문에 황 목사는 “맞다. 어머니 글씨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길원옥 할머니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 불러주는대로 받아쓰기 한 것으로 보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유언장이 길 할머니의 글씨는 맞지만 내용은 정의연 관계자가 불러주는대로 작성되었다는 취지다.
변호인측의 연합뉴스 등 길원옥 할머니가 거액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여주며 “길원옥 할머니는 지금까지 많은 곳에 기부활동을 했다. 잘 모르고 있죠?”라는 질문에 황 목사는 “네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재일조선인 초급학교 후원 등 할머니가 나오는 여러 기부활동 동영상을 보여주며 “동영상에서 자유롭게 할머니가 자신의 의도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네 어머니의 의도죠”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오후에 속개된 증인신문에서 황 목사의 배우자인 조씨는 “검찰 압수수색 날 손영미 소장(정의연 위안부 할머니 쉼터)이 전화로 '어머니하고 호적정리 빠를수록 좋다'”며 양아들 입적을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황씨를 아들로 등록하는 호적정리는 누가 먼저 제안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조씨는 “손영미 소장이다”라고 대답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아들 내외가 최근 논란 터지자마자 서둘러 입적해 거금 타갔다”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호적등록 당시 어머니에게 치매증세가 있다는 걸 알았나?”라는 질문에는 “치매가 아니라 깜박깜박하는 단기기억장애증으로 보았다. 지금은 당시에도 치매라고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검찰이 “할머니 치매인 걸 정대협 사람들이 모를 수 있는가?”라고 묻자 조씨는 “없다. 잠깐잠깐 보는 사람은 모를 수 있지만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를리 없다”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할머니 돈 통장이 손영미 소장 이름으로 된 걸 어떻게 알았나?”라는 검찰의 물음에는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가서 보여주러 갔더니 손소장이 두 개의 통장을 가지고 와서 2천만원짜리 통장은 아들에게 주라고 했고, 1천만원은 당신 장례식에 쓰라고 했다며 2천만원 짜리 통장을 가져가라했다. 그런데 통장 이름이 손영미로 되어 있어 왜 그러나 물으니 어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변호인측 반대신문에서 조씨는 길원옥 할머니의 기부행위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몰랐고 할머니의 온전한 의지로 한 게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변호인측이 기부금내역 정리한 문서를 보여주며 “쉼터 가신 이후 기부 많이 하신거 모르셨나?”라고 하자 조씨는 “몰랐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2017년 11월 연합기사에 5천만원 기부하신거 보도됐다. 몰랐다는 거죠?”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말했다.
“기부금 낼 때 모두 할머니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고 생각하신다는 거죠?”라는 질문에 조씨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저희하고 살고 있거나 혼자 생활하고 계셨다면 그런 선의의 마음으로 생각하겠지만 쉼터에 계셨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측이 “그럼 어떤 건 선의고 어떤 건 아니다는 건 증인의 추측일뿐인 것 아닌가?”라고 다그치자 조씨는 “아니다. 증거가 있다. 어머니는 치매였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의 “입양신고서(호적등록) 제출할 때 길원옥 할머니에게 말씀 하셨나?”라는 질문에는 “네, 좋다고 하셨다”라고 답변했으나 길원옥 할머니가 서류에 직접 서명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난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유언장에 항의한 이유는 나도 모르는 유언장이 나와서인가 아니면 윤미향 대표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내용 때문인가? 아님 둘다인가?”라는 질문에 조씨는 “둘 다이다”라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7월 1일 오전 10시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