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백운규 전 장관이 15일 법원의 구속심사에 출석, "규정에 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이르면 이날 중 백 전 장관의 구속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담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오전 10시12분께 차량을 타고 법원에 도착한 백 전 장관은 사퇴 종용 혐의를 부인하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장관 재임시 법이 정한 규정에 따라서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소통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오늘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인 황창화씨에게 질문지를 전달한 적이 있는지, 박상혁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산업부 관계자와 소통한 것을 인지했는지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백 전 장관은 약 3시간이 지난 오후 1시35분께 법원을 나왔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검찰 호송차에 탑승한 채 현장을 떠났다. 그는 구속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서울동부구치소에 머무른다.
백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기다리겠다"고만 말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지난 1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산업부 장관 재직 시절 13개 산하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다.
A 기관의 후임기관장 임명 관련해 부당지원을 한 혐의, B 기관이 후임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인사에 대해 취소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히 A 기관이 한국난방지역공사로 알려진 가운데, 백 전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시절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씨를 사장에 임명하기 위해 면접 예상 질의서와 답변서 등을 미리 건네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9일 오전 9시30분께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4일 만에 신병확보에 나섰다. 백 전 장관의 구속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향후 수사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지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행정관 시절 산업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 종용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