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0일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은 최강욱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 자격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지난 4월 '짤짤이 발언' 이후 두달여 만에 징계가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이 속한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해체론의 향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번 결정이 과도하다는 반론이 제기될 경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른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원장 박혁 변호사)은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최 의원에 대한 징계 심의에 들어간 결과 만장일치로 당원자격 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윤리심판위원인 김회재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중징계 배경에 대해 "법사위 줌회의(온라인 회의)에서 여성보좌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희롱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며 계속하여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준 점, 이 건으로 인한 당 내외 파장이 컸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당원자격 정지 6개월 징계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한다"며 "그야말로 우리 당의 당원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당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전부 상실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직 자체는 자동 소멸되고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상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정(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가장 다수의 동의하는 안이 안으로 결정됐다"며 "모든 위원님들이 만장일치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2차 가해 논란에 대해선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면서도 "다만 해명 과정에서 부인하면서 그걸 진실로 믿는 피해자에게 심적 고통이 계속 가해졌다는 부분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였다. 이 부분도 양정(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정함)에 충분히 고려됐다"고 밝혔다.
징계 당사자인 최 의원은 이날 윤리심판원의 회의에 참석, 직접 소명했으나 본인의 성희롱성 발언 의혹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은 22일 예정된 비대위 회의에 보고된 뒤 확정될 예정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날 당사를 나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결과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소명했느냐'고 묻자 "잘 말씀드렸다"며 '성희롱 의혹에 대해 부인하느냐'는 물음에는 "결과가 나왔느냐. 모르고 있다"고만 했다.
최 의원은 열린민주당 대표를 지내다 대선을 앞두고 추진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당으로 민주당에 최고위원으로 합류한 바 있다. 이번 결정으로 최 의원으로선 향후 정치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 경력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최 의원은 지난달 26일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그는 지난달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온라인 회의에서 동료 의원을 향해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다.
최 의원 측은 "해당 의원이 보이지 않자 장난치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린 학생들이 '짤짤이'('돈 따먹기 놀이'의 은어) 하는 것처럼 그러고 있는 것이냐"라고 말한 것이라며 성적 의미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최 의원에 대한 직권 조사를 윤리심판원에 요청했다.
최 의원은 사건 후 유출자를 색출하려 했다거나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2차 가해 의혹도 함께 받아왔다.
앞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최 의원 징계 심의가 있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민주당이 국민이 원하는 혁신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하길 바란다"면서 엄벌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 고강도 결정은 시기적으로 '성상납'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오는 22일 윤리위 심사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