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시민사회단체가 사후통지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여전히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디지털정보위원회와 9개 단체는 21일 공동 논평을 내고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은 6년 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출범한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제기한 1호 공익 인권 변론사건"이라며 "헌재의 결론은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이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정보인권 관점에서 부당하다"며 "이번 결정의 미흡함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헌재는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사후 통지 없이 통신자료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성은 인정되지만 위헌 결정 당일부터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되면서 생기는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 관련 법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만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헌법 12조는 수사 등 형사 절차뿐 아니라 국가작용 전반에 대해 당사자에게 적절한 고지를 하도록 적법절차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으로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해도 이용자에게는 사전에 고지되지 않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수사기관의 통신조회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헌재 판단에 대해 "통신자료 제공제도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를 제공해 수사기관 등이 이를 취득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는 것이지 실제로는 사업자가 통신자료를 정보주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는 제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전기통신사업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헌재가 제시하는 국가 존립이나 헌법의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 방지 목적 역시 그 의미가 불분명하고 수사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헌재가 제시한 해석에 따르더라도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통신자료 취득이 허용될 수 있어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후통지 제도를 절차적 권리로서 보장한 결정은 환영할만하지만, 이외에도 정보주체가 통신자료 수집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 심사제도 도입 등 사법적 통제수단이 헌법에 따른 절차적 요청으로 향후 법 개정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헌재의 이번 결정의 의미를 최소한의 결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통신자료제공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취득을 영장 및 적법성 심사 제도의 도입, 정기적 감독의 보장 등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헌재의 이날 판단에 따라 국회는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 정보를 제공한 통신사가 피조회자에게 사후 통지를 하도록 개선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