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새해 첫 출근길부터 지하철 선전전에 나섰지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1시간 넘게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지하철역에 나왔다. 21년을 기다려왔다. 장애인도 지역에서 노동하고 이동하고 교육받고 싶다"며 탑승 시위에 나섰다.
전장연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20일부터 선전전을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장연이 증액 요구한 예산안(1조3044억원) 중 일부(106억원)만 올해 예산에 반영되면서 2주 만에 다시 출근길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숙대입구역 방향으로 가는 4호선 열차를 타고 '제4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탑승 시위는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한 법원 강제조정에 따라, 지연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하기로 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9일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강제조정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이 고의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며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조정이다.
전장연은 오전 9시10분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지만, 1시간 넘게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구 역장은 "경고 방송에 불응해 퇴거를 요청한다. 퇴거해달라"며 탑승을 거부했다.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은 스크린도어 앞에 서서 전장연 관계자들의 탑승을 막아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박 상임공동대표는 오전 10시경 "이후의 모든 행사를 취소한다"며 "내일(3일) 오전 10시30분까지 삼각지역에서 1박2일 동안 지하철 탑승과 함께 오 시장의 법원 조정 수용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스크린도어 앞에서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외쳤다.
전장연은 시위 종료 기한을 정해두지 않은 채 새해에도 선전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애인 권리 예산을 두고 전장연과 대화에 나선다면, 지하철 선전전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21년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