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로 예정된 제주도 당원 행사 참석을 돌연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 측은 나 부위원장과의 일정 조율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나온다.
9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10일 도당을 찾아 당원연수 특강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었다. 제주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도당 당직자·당원과 만나 강연과 질의응답을 하고 만찬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9일 오후 5시를 넘긴 시점에 일정이 전격 취소됐다. 나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지금 제일 민감한 시기여서, 도당에서 ‘다음으로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취소됐다)”고 밝혔다.
제주도당으로서는 현재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보이는 나 부위원장을 단독 초청해 행사를 여는 것이 부담일 수 있고, 나 부위원장 측도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상황에서 관련 질문을 받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전당대회의 남은 변수가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로 좁혀졌기 때문에, 나 부위원장은 언론을 접하면 출마에 관한 입장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다수 기록해온 나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 직책과 무관하게 당권 주자로 간주돼왔는데, 지난 5일 부위원장으로서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8일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한 걸음 물러서면서도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 부위원장은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취지 자체는 고수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재차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발표를 강행한 건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강하게 논박했다.
대통령실에 재반박에 대한 나 부위원장 입장은 아직 나온게 없다.
10일 제주도당 행사가 사실상 당권 주자의 행보였다는 점에서, 나 부위원장이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의 ‘불출마 압박’이 거셀수록, 나 부위원장의 출마 결심도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고 결심의 일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진다는 점은 나 부위원장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9일에도 공식 행보 없이 모처에서 출마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일정도 아직 공개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