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유족에 대한 국가 측의 '2차 가해'를 인정하고 위자료 액수를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에 대해 "국가가 2차 가해를 인정한 것"이라며 의미를 뒀다.
12일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안산 단원고 고(故) 전찬호군 아버지인 전명선 4·16 민주시민교육원장 등 228명이 대한민국과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족스럽진 않지만 국가가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국군 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에 대해 사생활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1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총 723억여원에서 재산상 손해배상액 147억여원, 정신적 손해배상액 10억6000만원을 더해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희생자 친부모의 경우 1인당 500만원, 그 외 가족에 대해서는 1인당 100~300만원이 추가 위자료로 책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대한민국은 2차 가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는 민사소송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청구 등이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 사망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합당하다고 판단해 전액을 인정하고 위자료 청구도 1심과 같은 액수를 인정한다"며 "정부의 2차 가해와 관련해서는 친부모에 각 500만원, 계부·계모에 각 300만원, 그 밖의 원고에게 각 100만원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공무원들이 직무와 무관하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적사항과 정치성향 등을 사찰하고 보고해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번 소송 원고인단은 희생자 가운데 안산 단원고 학생 116명 등 참사로 숨진 118명의 가족이다.
앞서 이들은 2015년 9월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보상을 받지 않고 국가와 청해진해운이 10억원 내외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를 메꿔주는 성격의 보상이 아닌 국가 등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택한 것으로, 당시 청구액 규모는 1000억원을 넘었다.
참사 4년3개월만인 2018년 7월 열린 1심에서는 청해진해운과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켜 변침 과정에서 복원력이 상실되는 사고를 야기한 점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한 점 ▲해경 123정 정장은 승객들의 퇴선유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희생자들의 일실수입(사고 피해자가 잃은 장래 소득)과 위자료, 원고들 고유의 위자료를 구분해 배상 규모를 책정할 것을 명령했고 원고인단은 총 723억원, 평균 6~7억원대 배상을 받게 됐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평균보상금인 약 4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하지만 청해진해운과 유족들 중 228명이 1심 판결에 불복했고 이에 따라 항소심이 이뤄지게 됐다.
유족 측은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2차 가해행위에 대한 책임이 인정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추후 상고 여부 등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