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부도 위험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채권을 판매해 손실을 발생시킨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소송을 제기하고 약 9년 만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지숙)는 동양 계열사 회사채 투자자 서모씨 등 1254명이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동양그룹 사태는 앞서 2013년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숨기고 기업어음(CP)을 불완전 판매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이로 인해 당시 피해자는 4만여명, 피해액은 무려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증권집단소송법은 증권거래 과정에서 생긴 집단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원고들이 승소하면 대표성을 인정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관련 피해자들의 권리까지 구제되는데, 일반 소송과 달리 법원 심사를 통해 소송 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서씨 등은 동양 회사채 투자 피해자들은 동양증권이 부도위험성이 높은 회사채를 투자 권유했다며 심사를 거쳐 2014년 6월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9년 만에 나온 1심 판단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은 집단소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서울고법에 같은 내용으로 항고했지만, 재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재항고 끝에 2018년 대법원을 통해 집단소송이 허가돼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을 이끌어 냈다.
한편 동양증권은 사태 이후 2014년 최대주주가 대만의 유안타증권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 유안타증권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고 지난 2021년 만기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