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희)는 범죄단체가입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35·닉네임 던힐)와 B씨(34·사장수)의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B씨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하는 한편, 두 사람에게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5년간 취업제한 등도 명령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1월경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암호화폐를 전달하고 박사방에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의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한 범행은 한 차례에 불과하고 박사방 가입의 주된 목적은 음란물 시청과 소지인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피해자와 금전적 보상을 합의한 점, 과거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은 A씨에 대해 "박사방에 입장해 조주빈의 요구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음란물을 소지하고 배포했다"며 "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를 유발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B씨에 대해선 "강제추행과 불법 촬영 반포에 가담한 계기와 방법에 비춰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참작 요소를 밝혔다.
다만 "A씨의 활동은 (박사방) 홍보를 위한 활동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적용된 범죄단체 가입·활동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은 "영리 목적이 아니었고 영상 제작에 공모하지 않았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아동·청소년의 음란물을 소지하고 배포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B씨도 마찬가지로 조주빈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하고 박사방에 참여해 성착취물 제작에 가담했지만 (횟수가) 한 차례에 불과했고, 성 착취물 제작·배포보다는 시청·소지했다"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1심이 두 사람에게 선고한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범죄단체 가입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주빈은 박사방에 경찰이 잠입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이용자를 판별하기 위해 타 채팅방에 음란물을 유포하고 이를 캡처하라고 지시했다"면서 "A씨의 범행은 조주빈의 요구에 따라 소극적 수동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