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세기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53).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까지 불리는 토마스 헤더윅이 6월 29일부터 9월 6일까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에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전을 연다.
현대 미술 기획 사무소 ‘숨 프로젝트’(대표 이지윤)가 기획한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토마스 헤더윅이 1994년 설립한 헤더윅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 30점이 전시된다. 아울러 매주 금요일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연장 전시된다.
토마스 헤더윅은 영국 디자이너로 런던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회사인 헤더윅 스튜디오의 창업자이다. 1994년 헤더윅 스튜디오 설립 이후 180여명의 건축가, 디자이너, 공예가 및 기술자와 함께 디자인, 건축, 도시계획, 조형물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해가고 있다.
“만약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데 당신의 열정과 모든 것을 담아낸다면, 분명 무언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것이다.”
동시대 영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 헤드웍은 2010년 영국 왕립건축가 협회 루베트킨상, 2013년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수여받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영국 디자인의 대부 테렌스 콘래드는 헤더윅을 가르켜 ‘우리 시대 살아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헤더윅은 자라면서 더욱 풍부한 상상력을 가질 수 있었고, 머릿속 상상들을 현실세계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주어진 프로젝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세상에 없는 것은 직접 만들어보며 결국에는 실제로 구현해내는 헤더윅은 디자이너, 건축가를 넘어 일종의 발명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10년 토마스 헤더윅의 디자인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상하이 엑스포의 UK 파빌리온을 비롯해 뉴욕의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 세계적 기업 구글의 신사옥 ‘베이뷰’, 새롭게 디자인된 런던의 명물 이층버스는 물론 최근 서울시에 제안했던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 ‘사운드스케이프’ 모델 등이 선보인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각각의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그린 드로잉과 스케치 노트부터 아이디어 모형들, 테스트 샘플, 다양한 건축 모형, 그리고 실제 제작된 3D 프린트와 시제품들도 함께한다.
이와 함께 토마스 헤더윅이 참여해 온 프로젝트들의 탄생 배경과 과정, 완성 작품의 영향력과 파장 등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다양한 영상 및 미디어를 통해 구성,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마치 헤더윅 스튜디오에 방문한 것과 같은 높은 몰입감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며 감성을 짓는 건축 디자인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는 토마스 헤더윅의 탐구적 접근을 보여준다.
전시공간은 ‘공존하다’, ‘감성의 공유’, ‘조각적 공간’, ‘도심 속의 자연’, ‘과거를 담은 미래’, ‘사용과 놀이’, ‘휴머나이즈’ 등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특히 숨 프로젝트는 새로운 건축 운동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담아내는 건축과 미래 삶에 대한 토마스 헤더윅의 생각과 비전을 보여주는 ‘휴머나이즈’ 캠페인을 별도로 기획, 이번 서울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헤드웍의 대표작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유머러스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은 철거된 '롤링 브릿지'(Rolling Bridge, 영국 런던, 2002)는 가만히 있을 때는 한 조형물 같지만, 활짝 펴지면 마치 공룡의 꼬리가 펴지듯 펴져서 런던 중심부 패딩턴 분지 주변에 있는 작은 보행자용 교량이 되는 것이었다.
2005년 영국철조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설계를 의뢰받은 헤더윅은 영화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공룡에서 영화 다리 설계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돌돌 말렸다가 펴지는 매커니즘을 가졌던 롤링 브릿지는 펴지기 전에는 조형물처럼 보이는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헤더윅의 대표작인 '올림픽 성화대'(Olympic Cauldron, 영국 런던, 2012)는 수백만의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런던 올림픽 정신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단순한 오브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성화봉은 올림픽 참가국 수에 맞추어 204개로 제작됐다.
'러닝 허브(Learning Hub, 싱가포르, 2013)를 위해 8층 높이의 강의동을 설계하며, 기존의 강의실과 차원이 다른 멋진 공간을 만들어냈다. 아래로 좁아지는 탑들이 아트리움을 둘러싼 채 무리지은 형태의 건물을 설계한 것이었다. 12개의 탑은 각기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총 56개의 위계없는 타원형 강의실을 갖고있다. 위계없이 협력적인 환경에서의 학습을 북돋우기 위한 디자인이다. 또 모퉁이 공간과 난간, 정원이 곳곳에 마련되어있고, 또 타워들 사이사이 콘크리트 벽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사라 파넬리가 과학과 예술, 문학을 묘사한 700여 드로잉 작품이 부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스펀체어'(Spun Chair, 영국 런던, 2007)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장난스러우면서도 기능적으로 우수한 의자다. 스피닝 가공법으로 제작되어 앉으면 편안하면서도, 놀이기구처럼 힘을 실어 팽이처럼 회전시킬 수 있고,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스릴있게 빙글빙글 돌 수 있는 의자이다.
영국의 빨간 2층 버스인 ‘뉴 루트매스터’(New Routemaster, 영국 런던, 2010)는 버스에 2개의 계단을 만들고 문을 3개나 달았다. 유모차를 버스에 태우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버스를 이용하고, 승객들이 빠르게 버스에 올라타고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료의 효율성, 위생과 안전성, 승객과 운전자의 편의성, 대량생산 등을 고려한 기능적인 설계와 심미적인 요소, 그리고 사용자의 즐거움까지 모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UK파빌리온'(UK파빌리온, 중국 상하이, 2010)은 2010 상하이 엑스포에서 전세계 디자이너들과 건축가들이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엑스포로 유명했다. 헤더윅은 영국관을 가장 돋보이게 할 전시관을 위한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도시의 미래' 라는 엑스포 주제에 맞춰 ‘식물’을 주제로 영국의 미래인 '자연'을 보여주는 것을 컨셉을 생각해낸 것이다.
헤더윅이 설계한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Bombay Sapphire Distillery, 영국 햄프셔, 2010)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증류소로 꼽힌다. 기존의 제지 공장 주변의 하천을 확장하여 강과 건물이 어우러지는 한편, 남은 건물 구조들을 이용해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과거를 보존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 온실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구조로 설계했다.
숨 프로젝트 대표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지윤 큐레이터는 “디자이너이며 건축가 그리고 아티스트인 토마스 헤더윅은 도시 환경 속 인간의 감성을 담는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습과 기능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제안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청년들에게 뜻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헤더윅 스튜디오의 파트너이자 그룹 리더인 닐 허바드(Neil Hubbard)는 “이번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헤더윅 스튜디오의 다양한 디자인 여정을 경험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숨 프로젝트는 전(前)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렉터 이지윤 큐레이터가 유럽과 한국의 글로벌 아트 교류를 목적으로 2003년 런던에서 설립한 현대미술 기획 사무소다. 25년간 유럽과 한국 현대 미술을 잇는 발판 역할을 담당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현대 미술 프로젝트를 발굴, 기획해오고 있다. ‘DDP 자하 하디드 360º’ 기획 전시(2014, DDP), ‘LUX New Wave Contemporary Art’ 전시(2021, 180 Studios)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토마스 헤더윅과 그의 스튜디오의 집단적 창의성이 빛나는 통섭적(interdisciplinary)인 전시이다. 이러한 헤더윅 스튜디오의 집단적 창의성이 21세기를 글로벌하게 리드할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