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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취업 보장’, ‘고소득 보장’, ‘초창기 시험 쉽다’는 등의 광고문구를 단 자격증 취득 관련 스팸메일이 하루에도 수없이 날아온다. 웰빙지도사, 대리운전사, 화훼장식기능사, 목욕관리사, 결혼상담관리사... 등 그 이름도 생소한 별의별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자격증 광고는 항상 “첫 시험이라 따기 쉽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로 작용한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취직도 못하고 막대한 초기자금 때문에 창업은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그나마 적은 돈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도전하지만 대부분은 ‘허상’일 뿐이다. ‘자격증’이라고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허술하고 실제 업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증’들이 많아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신고나 허가 없이 아무나 ‘민간 자격증’ 발급 허용
주부 최강희(35 서울)씨는 “아동심리분석사 자격증을 따면 교육기관 취업이 보장된다”는 거짓 판촉전화에 속아 58만원의 교재를 구입했다. 그러나 한국심리학회에 알아보니 “심리상담은 수년간 전문적인 대학교육과 실습,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문직으로 3개월 과정의 자격증을 따봐야 쓸데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최 씨는 교재를 반송하고 환불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위약금을 내라”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자격증’이라고 다 같은 ‘자격증’은 아니다. 소속도 불분명한 각종 협회에서 자격증을 남발하지만 실제로 취업과 소득으로 연결되는 자격증은 많치 않다.
자격증은 크게 국가자격증과 민간자격증으로 구분된다. 국가자격증은 국가가 자격을 부여하는 의사나 변호사 등의 자격증과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항공기능정비사 등 616종을 포함 모두 740여종이다.
그런데 최근 자격증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민간 자격증’이다. 현재 국가가 공인하고 있는 민간자격증, 즉 공신력 있는 자격증은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금융연수원 등에서 관리하는 신용분석사, 인터넷 정보관리사 등 45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외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민간자격증들이 난립해 자격증의 혼란을 빚고 있다. 공단측은 현재 500~600개의 민간 자격증이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힘들다. 누가 어디서 어떤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지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민간 자격증이 난립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1998년 도입된 ‘자격 기본법’에서 허가나 신고절차가 없어도 누구나 민간자격증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교재 판매 목적으로 한 사기
일부 영세한 민간자격관리자의 경우 합격자 데이터 관리가 부실하고 취업보장 등을 미끼로 과장광고를 펼치기도 한다. 공인을 받지 못한 기관들은 주로 스팸메일이나 생활정보지를 통해 교재를 판매하거나 ‘1회 시험실시’, ‘취업률 100%’ 등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일부에선 자격증과 관련된 교재를 판매한 뒤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자취를 감추는 사례도 있다. 최악의 경우 시험이 취소돼 응시료만 날리거나 합격한 응시자의 기록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지난해 소보원이 발표한 ‘17개 자겨증 교재 광고 분석’ 결과에서도 조사대상 광고의 83.2%가 객관적 근거없이 ‘높은 취업률, 명예퇴직자.미취업자. 고민해결’, ‘고소득 보장’, ‘취업 가능’ 등 문구를 사용했다.
화훼장식기능사와 유통관리사 자격증 광고에 각각 실린 ‘초창기 시험은 누구나 쉽게 합격’ ‘자격증 취득과 동시 유통관리 간부직원으로 근무 가능’ 문구는 지난해 대표적인 위반광고 문구로 뽑혔다.
일부 자격증은 불법적인 요소마저 갖고 있다. 국민의 생명 안전 건강에 직결되는 분야나 사회윤리에 반하는 자격증은 해당 부처가 사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 스포츠마사지관리사, 발마사지관리사, 경락. 경혈마사지관리사, 기혈치료사, 전통민간요법사, 오일마사지관리사 등은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자격증이다. 또 전자현미경기(술)사처럼 ‘기사’ 및 ‘기술사’가 들어가는 자격증은 해당 정부 부처에서 국가공인이 아닌 경우 명칭 사용을 금하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민간자격증과 관련된 문의나 민원이 계속 늘고 있다”며 “특히 국가공인자격증인 줄 알고 수십만원대의 교재를 구입한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격기본법 조속히 개정돼야
소보원에는 자격증 관련 상담전화가 매일 5~6통씩 걸려오고 있으며 구체적인 피해사례도 지난해만 200여건 이상 접수됐다. 지난 12월에는 간병사 자격을 취득한 30~40대 여성들이 “민간자격증을 국가공인자격증인 것처럼 속였다”며 협회관계자를 소비자보호단체에 고발하기도 했다. 진정서를 낸 수험생들은 “수험교재 구입당시 약속받은 취업알선과 이론.실무교육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자 중 한명인 김 모씨(대전 소제동)는 “수험교재 구입계약 당시 협회가 약속한 이론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시험을 치렀고 취업보장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실무교육도 병원이 아닌 모 간호학원에서 5~6시간의 허술한 교육으로 대치됐고 일부 회원은 실무교육비를 내고도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종성 연구원은 “영세한 민간자격관리자들의 경우 자격증 데이터베이스(DB)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성적 같은 중요한 기록들이 날아갈 수도 있다”며 “일정 요건 이상의 법인만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자격기본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피해자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보원 관계자는 “자격증을 취득하려 할 때는 국가공인자격증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민간 자격증의 경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관리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특히 해당 자격증을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