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22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동판화 연금술사 강승희, 갤러리포레서 <블랙예찬> 성료

URL복사

김영호 기획, ‘새벽’ 다룬 자연풍경 40여점 소개
드라이포인트, 부식 판법 융합으로 수묵화 서정성 표현
특수 제작한 ‘다이아몬드 블랙’의 신비로운 빛깔 선봬

 

새벽의 강과 산, 들과 오솔길,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한 수목과 화초들...

수묵화 같은 감성적인 동판화에 40년간 매진해온 작가 강승희 교수(추계예술대학). ‘동판의 연금술사’로 불려온 그가 9년만에 펼친 ‘새벽’ 풍경의 동판화전이 20일 서울 서초동 갤러리포레(대표 서미진)서 성료되었다. 2014년 노화랑 전시 이후 9년만이었다.

 

강승희는 ‘새벽’이란 주제로 일관해왔다. 고즈넉한 새벽녘의 서정이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다. ‘새벽’ 시리즈는 5시30분이라는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콘크리트 빌딩과 광고물 그리고 전신주 사이로 밝아오는 도시의 새벽을 담은 작품은 여명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동양적 명상의 세계로 이끄는 듯하다. 

 

왜 ‘새벽’이었을까?

이에 대해 강승희는 “대학때 고향 제주와 가족을 떠나 상경했는데, 늘 고향과 가족이 그리웠다. 매일 새벽 5시30분에 깨어나면 어슴프레한 미명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그 ‘그리움’ 때문에 약 40년간 작품 주제는 ‘새벽’이었다”고 말했다. 풍광 좋은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삭막한 서울의 새벽 풍경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고독함을 치유하는 새벽을 소재로 줄곧 작업했다.

 

강승희의 동판화는 주제와 기법 그리고 색채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선 그가 신택한 주제는 ‘새벽’으로 일관되어 왔다. 동틀녘의 ‘도시 풍경’에서 시작해 ‘자연 풍경’으로 이어지는 ‘새벽’ 시리즈는 5시 30분이라는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그가 작품으로 보여주는 도시의 새벽은 여명과 어둠의 대비가 확연하다. 그가 선택한 풍경이 자연으로 이어지면서 새벽의 서정성은 차원을 달리하게 된다.

 

평론가 고충환에 따르면 ‘비어있으면서 충만한 움직이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침묵을 통해서 말하는 역설’의 시간이 그의 <새벽> 시리즈가 품은 5시 30분이다.

강승희는 “역마살이 있는지 시간 날 때마다 전국 이곳저곳을 다닌다”면서 "한강 하류 김포평야부터 전국 산하를 돌아다니며 새벽 풍경을 동판에 새겨왔다"고 말했다.

 

작가는 직접 만든 강철 니들 등 판화 도구를 쓰면서 남다른 판법 드라이포인트를 쓴다. 직접 제작한 강철 니들을 통해 수묵화의 번짐 효과를 동판화에서 보여준다. 여명의 시간대에서 바라본 자연풍경은 드라이포인트와 직접 부식 판법이 융합된 기법으로 표현해낸다. 더 구체적으로는 니들 끝이 동판의 표면에 깊숙이 파고들며 발생하는 고랑과 그 주변에 솟아오른 금속 찌꺼기에 잉크가 올려지고 프레스의 압력으로 풍부한 표정의 점과 선이 완성되고 수묵화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승희가 동판화를 위해 선택한 색채는 블랙이다. 도시와 자연의 새벽이 이제 막 생명의 움을 틔우는 듯한 심오함을 품고 있다. 그의 동판화에서 발견되는 블랙의 계보학은 먹빛에 젖줄을 대고 있다.

천연 원료로 만들어낸 자연스럽고 깊은 먹빛의 계보학이다. 해뜨기 직전의 여명과 같은 밤하늘의 색깔로 푸른빛이 도는 송연묵(松煙墨), 해가 지고 난 뒤의 밤하늘 색깔로 황혼처럼 붉은 빛이 도는 유연묵(油煙墨)이 좋은 예다. 작업을 할 때는 적·청·녹·흑·백을 모두 섞은 블랙 30%와 순수한 블랙 70%를 철판에 끓인 후 특별한 '다이아몬드 블랙'을 만들어 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평론가 김영호(중앙대 명예교수)는 “강승희가 제작 사용하는 블랙은 청색과 녹색 그리고 적색을 모두 품은 색으로 오방색의 신비로운 기운을 지니고 있다”면서 “그의 블랙은 원형적 세계의 빛이라 부를 어떤 색감의 서정을 보는 이들에게 선사해준다”고 평한다.

 

고향 제주 향한 그리움으로 ‘새벽’을 주제 삼아

제주에서 태어난 강승희는 오현고를 졸업하고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그에게 서울은 고층 빌딩과 소음의 도시로 낯설었다. 새벽 도시 풍경의 삭막함과 서정성에 점차 익숙하게 되고 정을 붙이게 됐다. 부전공으로 선택한 판화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느낀 작가는 동판화를 통해 한편의 수묵활 같은 서정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했다.

 

국내에 판화과가 개설된 것은 1988년. 홍익대와 추계예술대가 학부에 판화과를 개설하면서 국내에서 판화 연구가 시작되었다. 국내에 판화과가 개설되기 전까지 판화는 화가들이 몫이었다. 국내에서 화가 수업을 받은 작가들이 외국에서 판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강단에 서거나 그룹을 조직해 판화의 보급에 앞장섰던 시절이었다.

 

강승희는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6년 회화과에 개설된 판화 수업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면서 동판화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판화로 작품 제작에 몰두했다. 그의 연구 실적은 유고슬라비아와 일본의 유수한 국제판화공모전에서 인정을 받아 판화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1994년 추계예술대 판화과 교수로 초빙되어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작가는 대학원 때 유럽을 여행하면서 ‘서양화로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판화에 대한 인식이 낮아 이를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에게 동판화 작가의 길은 이렇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특히 해외 판화공모전 수상 후 정통 동판화의 계보 속에서 새로운 판법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일구어 왔다.

 

그의 초기작들은 도시의 새벽 풍경들을 자신의 심상 풍경으로 구현한 동판화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살았던 번잡한 도시, 서울을 떠나 김포로 내려가면서 그의 작품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강과 산 그리고 들판이 넓게 펼쳐진 풍경들로 변모했다. 순수한 새벽의 서정을 표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들을 화면에서 걷어냈다. 비어있으나 상념과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는 공간을 판화 속에 담았다.

 

 

 

갤러리포레는 지난 9월 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 공원 근처에 개관한 신생 갤러리. 한국 신형상 미술의 계보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숲을 나타내는 프랑스어 ‘포레(Forêt)’를 갤러리 명칭으로 한 만큼, 생태· 생명· 환경 그리고 자연을 지향하는 갤러리의 비전을 담고 있다. 갤러리는 판화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특가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로 10호 작품을 특가 200만원에 판매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커버스토리】 중동발 리스크,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충격파가 밀려오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가 출렁거렸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와 금 가치는 치솟았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악화되면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 원료에 대한 수급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14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양측 간 추가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들썩이던 환율과 주식시장은 일단 진정 모습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향후 재보복에 나서겠다 공언한 만큼 중동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단시일 내 완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 ‘연쇄고리’...물가 자극, 주가 하방압력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름값이다, 유가는 세계 경제의 ‘연쇄고리’에 위치해 있다. 유가가 뛰면 물가가 뛰고, 물가가 뛰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그렇게 미국 달러 금리가 오르면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자산시장이 요동치는 일들이 발생한다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 회원사 워크숍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사단법인 한국생활폐기물중앙회는 22일 충남 천안시에 소재한 천안상록리조트 컨벤션센터(상록홀)에서 회원사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회원사의 권익 보호와 유대를 강화하며, 회원사의 지위 향상 및 국민 보건과 환경보전에 기여를 도모하기 위해서 개최됐다. 행사일정으로는 전문 강사들이 초빙되어 ▲최근의 대행 환경변화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실태와 전망을 분석▲대행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생활폐기물관리제도, 입찰부당공동행위예방제도, 안전보건관리제도와 관련한 지식을 공유 ▲자유토론으로 생활폐기물수집‧운반대행자 지위 향상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앙회 회원사는 1960년대 보건사회부 오물청소법에 따른 오물처리업을 시작으로 하여 1980년대 중반 이후는 환경부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을 영위하면서 지자체장의 책무를 대행하여 가정‧상가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수집하여 재활용시설 또는 소각‧매립장으로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송용호 중앙회 회장은 "회원사들이 지자체의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대행 업무를 함에 있어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토환경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최근 법‧제도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문화

더보기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 '전통연희축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이하 전통연희축제)가 오는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청와대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통연희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전통연희축제는 매년 2만여 명이 찾는 대규모 야외축제로 2007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따뜻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남녀노소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전통연희축제는 청와대 내 헬기장과 녹지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연희路, 미래路’라는 콘셉트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예술대학교X세한대학교X중앙대학교X한국예술종합학교’ 총 4개 대학이 연합해 선보이는 ‘연희 대학전’ 무대가 뜨거운 축제의 막을 올린다. 이어 농악, 무속음악, 줄타기, 탈춤 등 전통연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각 지역의 개성 있는 흥과 에너지를 선보일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도다시래기보존회’, ‘전주기접놀이보존회’, ‘구미무을농악보존회’와 ‘구미무을농악 북놀이X밀양백중놀이 오북놀이X진도북놀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