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가장 창의적인 작업마저 AI(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지금,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어떻게 펼쳐야 할까? 이 책은 익명의 디자이너로 일해온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자, 크리에이티브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가는 브랜드와 일에 대한 생각이다.
거침없이 꺼내는 용기와 창의적 태도
오늘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생각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생각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것인지의 여부다. 고객은 기억에 남을 만한 제품을, 브랜드를, 서비스를 만나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창의성이나 특별한 생각 역시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생각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대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거쳐, 아모레퍼시픽에서 크리에이티브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평소 차곡차곡 쌓아온 생각을 전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은 감각이나 스킬이 아닌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결국 이 책에서 전하는 창의성은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이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 가까운 행위로 해석된다.
이 책을 발상과 공명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나눈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은 스스로를 생각이라 소개하지만 사실은 언어라는 탈을 쓴 욕구이며, 생각을 경계 없이 마음껏 펼쳐야만 창의성의 싹을 틔울 수 있다. 발상은 다시 공명으로 이어진다. 창의적인 생각은 혼자 척척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내놓은 의견, 아이디어에 공명하며 생각의 크기가 눈덩이처럼 커질 때, 생각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시대에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라는 과제를 남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쥐어짜듯 내놓은 생각이 아니라, 거침없이 생각을 꺼내는 용기와 창의적으로 일하는 태도가 아닐까. 고객의 본능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의성이며, 그러한 욕구는 이미 우리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 발휘하지 않았을 뿐.
생각의 욕구를 깨우는 자극이자 대화상대
물론 생각도 창의성도 각각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기에, 당연히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정답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을 터. 하지만 저자가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순간순간의 감정과 감상, 고민과 계획, 아이디어와 바람을 따라가다 보면, 창의성에 대한 생각, 발상과 공명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하나둘 자리하게 된다. 이 책을 생각의 욕구를 깨우는 자극이자, 생각의 대화 상대로 보는 이유다.
대화의 주제와 내용은 다양하다. 스마트함과 크리에이티브의 차이, Why와 취향, 사용자와 고객과 소비자와 타깃에게 말을 거는 방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을 하면서 겪은 뿌듯하고 설레는 순간, 감성과 생각의 차이, 복잡한 이해관계, 일하면서 지켜야 할 것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등, 창의성을 계속 발휘하며 살아온 사람이 할 법한 거의 모든 생각을 담았다.
이 책의 부제는 ‘창의적인 욕구를 다루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창의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이나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마친다. ‘각자에게 주어진 생의 모든 순간이 음악이다. 어떤 춤을 출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래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춤을 안 출 수는 없지 않나요?’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있다면, 무엇이든 얽매이지 않는 데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