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1등급권인 올해 대학 신입생의 73%가 의대 등 이공계열 학과에 합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2024학년도 대학 214곳의 수시 전형 합격점수 분석 결과, 내신 2.0등급 이내인 합격자 1만212명 중 72.6%인 7415명은 이공계열 학과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인문계 신입생 중에선 2797명(27.4%)으로 분석했다.
내신 2.0등급 이내는 1학년부터 수시 학교생활기록부가 반영되는 고교 3학년 1학기까지 국·수·영·사·과 등 주요 교과를 포함한 대부분의 과목 등급 평균이 1.0~2.0이라는 이야기다. 현 고교 내신은 9등급제로 숫자가 낮을수록 상위권이다.
이 학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정보포털 '대학어디가'에 각 대학이 공개한 학과별 합격점수 최종등록자 70%컷 자료를 기준으로 성적대별 인원을 산출했다. '70% 컷'이란 해당 전형에 합격한 후 등록금을 납부한 100명이 있다면 이 중 70등의 점수라는 것이다.
업계서 '마의 점수'라 일컬어지는 내신 평균 1.0등급(3년 간 전 과목 1등급)은 81명으로, 모두 이공계열 신입생이었다. 최상위권 의과대학 신입생들로 추정된다.
내신 1.1등급 이내 누적 432명의 분포는 이과가 97.0%(419명)였다. 문과는 단 3.0%(13명)였다. 내신 1.5등급 이내 3976명은 이과 82.3%, 문과 17.7%였다.
전년도 대입(205개교)에서도 추세는 비슷했다. 1.0등급 91명은 모두 이과에 진학했다. 1.5등급 누적 3703명 중 77.5%가 이과, 22.5%가 문과였다. 2.0등급 이내 누적 1만117명은 이과가 68.3%, 문과가 31.7%였다.
올해 신입생 기준 1.5등급 이내 비중은 이과가 전년도 77.5%에서 82.3%로 4.8%p, 2.0등급 이내는 68.3%에서 72.6%로 4.3%p 각각 높아져 '쏠림'이 심화됐다.
대학 이공계열의 상위권 독식 현상은 내신 1등급대 뿐만 아니라 4등급대까지 이어졌다. 올해 4등급 이내 신입생 누적 7만1362명 중 61.2%가 이과였다. 전년도 입시에서는 59.3%였는데 1.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수·탐 백분위 점수 70%컷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도 이과의 상위권 독식 현상이 이어졌다. 올해 신입생 중 백분위 96 이상(평균 1등급) 2960명의 88.4%가 이과로, 전년 대비 1.7%p 올랐다.
종로학원의 추정 방법으로는 백분위 89 이상(2등급대), 77 이상(3등급대)까지 이과의 독식이 이어진다. 각각 올해 신입생 기준 이과 비중이 60.7%, 56.9%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에서도 자연계열로 진로를 설정한 학생들이 앞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수능에서 수학 뿐만 아니라 국어 등 다른 영역에서도 자연계열 학생들이 상당히 앞선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대입 수험생 상위권은 대다수 이과를 지망하고 있는 학생이었고 그에 따라 대학 이공계열에 상위권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입에서는 무전공 모집인원 규모가 늘어나는데, 신입생들이 문과를 외면하고 이과로 쏠릴 가능성도 나온다.
임 대표는 "상위권 대학에서도 인문계열 지망 학생만으로 내신 고득점 신입생을 채우기 힘든 구조"라며 "광역모집이 아닌 전공을 완전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모집단위라면 문과는 초토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