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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희대의 ‘명품’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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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강남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상설 전시장.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비, 모나코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만이 산 제품’이라는 광고문구가 나 붙었다. 빈센트 앤 코(Vincent &Co) 전시행사였다. 좀체 들을 수 없었던 생소한 명품시계였지만, 유명 연예인과 강남의 부유층이 참석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날 판매는 하지 않고 전시만 됐다. 대체로 “명품 치고 디자인은 별로…”라는 반응이었지만, 가격은 수백에서 1억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입소문을 통해 들어왔던 명품시계였고 유명 백화점에서 가짜를 전시할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이 시계가 ‘가짜’ 명품일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계는 원가 10만원대의 중국산 부품 가짜 시계였다.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손목시계를 스위스 최고급 명품으로 속여 강남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을 공략한 이번 사건은 ‘희대의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빈센트 앤 코 대표 이 모씨(42)를 구속하고 시계를 납품한 N사 대표 박 모(41)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중국산 부품 시계가 1억원대 ‘명품’시계로 둔갑... ‘신기’에 가까운 철저한 전략 통해
이번 희대의 가짜 명품 사건은 우리 사회 명품선호에 대한 허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번 사기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는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재벌2세와 정치인 아내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청담동 일대 명품가를 중심으로 이 시계가 ‘행운의 시계’로 알려지면서 원가 8만원 짜리 중국산 시계가 580만원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300만원짜리 시계가 9750만원에 팔렸다. 경찰에 따르면 30여명의 피해자가 32점의 시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어차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미지만 실추될 까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100여명에 가까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사기극에 적극 활용된 것은 주로 최정상급을 달리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피의자 이 모씨의 사기수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명품 열풍’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그는 중국산 시계를 ‘명품화’하기 위한 철저한 전략을 짰고, 이런 그의 사기수법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 씨는 이미 6년 전부터 가짜 명품시계를 팔기 위한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했다. 시계 생산으로 유명한 스위스와 우리나라에 2000년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라는 법인 및 상표 등록을 한 뒤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것처럼 현지 유령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에 각각 사무실과 40여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고 올 2월에는 스위스 본사 외에 홍콩 지사가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홍콩에도 유령회사를 세웠다.

그는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부품을 이용해 경기도 시흥시의 시계 제조업체에서 원가 8만~20만원의 시계를 만든 뒤 이를 개당 580만~9750만원의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았다. 이렇게 해서 올린 수입은 시계를 직접 판매한 액수로만 4억4600만원. 여기에 유통비, 대리점 운영 희망자들로부터 받아낸 보증금 등까지 합치면 총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과정에서 일부 고객이 ‘수입신고필증’을 요구하자 이씨는 스위스와 한국을 직접 오가며 수입신고필증을 받아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는 이 가짜 시계를 ‘명품’으로 둔갑시키는 데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우는데 주력했다. 연예인들의 호기심을 사기 위해 초특급 런칭쇼를 열고 참석 연예인들에게 시계를 선물했다. 그리고 강남의 고급 미용실 관계자들에게 홍보용 시계를 제공해 입소문이 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등의 '미끼'를 던지기도 했다. 연예인들에게 제품을 직접 착용케 한 뒤 사진을 찍어 TV, 인터넷, 잡지 등에 홍보하는 수법도 썼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애나 비, 모나코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100년 동안 유럽 왕가에만 한정판매된 제품’ 등의 문구로 허위 홍보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 국내 유명 연예인들이 영화-드라마 출연이나 화보 촬영 때 명품 드레스나 액세서리를 협찬 또는 선물 받는 일은 흔한 일이다. 휴대폰 줄부터 수천만원대의 보석류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유명 스타들이 애용하는 '명품'은 강남 부유층의 지갑을 열게 하고, 소비심리를 부추긴다. '누가 모 드라마에서 입은 명품 재킷' 등으로 입소문나면 수백만원짜리 재킷도, 수억원대 승용차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대중들의 '유명 인사와의 동일시' 심리는 명품의 런칭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번 사건도 ‘뻔한’ 런칭 루트를 따른 셈이다.
그러나 이 씨의 행각은 지난달 중순께 연예계에 ‘시계 괴담’이 돌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그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

저급한’ 명품 열풍
최근 명품을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남들이 사지 않은 ‘명품 중의 명품’을 찾는 게 유행이다. 해외에서 막 알려진 제품이지만 국내에서 더 인기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도 희소성있는 최고급 명품을 찾는 연예인들의 허영심이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명품 사건을 두고 "비싸고 희소가치가 있는 명품이라고 선전하면 그것을 사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분이 상승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허영심리를 잘 이용한 사례"라며 "특히 '유명 인사들이 애용한 것'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허접한 것도 금새 명품으로 둔갑하는 게 지금의 세태"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명품을 들여오면서 브랜드 수가 수백개에 달한다. 명품업계 관계자들도 정확한 숫자를 모를 정도라고 한다. 국내 명품시장의 규모는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12조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유통경로가 비밀에 부쳐지고 ‘짝퉁’까지 가세해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짝퉁'도 판을 치고 있다. 진품 같은 모조품들이 쏟아지면서 우리나라는 가짜명품 천국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을 정도다. 갈수록 수법도 다양하고 그 수도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은 올 상반기 적발된 가짜 명품은 시계, 가방, 의류를 중심으로 수입 4961억원, 수출은 2312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32% 늘어난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짝퉁을 만들거나 수입해 상표법을 위반한 사건은 지난해 1300여건이 적발됐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하고 유럽산 명품이라고 속이는 경우다.
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상대가 갖고 있는 물건으로 몇초 만에 사람을 파악하려는 현대인들의 조급하고 비뚤어진 성격과, 명품으로 자신을 확대포장하려는 심리가 저급한 명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명품 사기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사기친 사람보다 사기당한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희한한 사건”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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