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하려면 밤샘은 기본(?)
지난 19일 공대위는 작년 8월 대량해고 사태 이 후 수 없이 시도 했던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어렵게 개최했다. 이 집회를 위해 삼성 측과 공대위는 웃지 못 할 많은 헤프닝을 남겼다. 남대문경찰서는 그동안 노동자 측의 집회신고를 불허하는 한편, 집시법 상 집회신고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신고의 기준을 담당관이 바뀔 때마다 ‘민원실 소파에 먼저 앉아있는 사람’(09:00), ‘자정에 두 번째 기둥에 먼저 도착한 사람’(24:00), ‘회전문에 먼저 발을 들이는 사람’(24:00) 등 집회신고 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또, 삼성 측은 수십 명의 직원을 동원해 남대문 경찰서에 24시간 상주하며 노동자들의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해 왔다. 결국 삼성 본관 앞은 ‘집회의 성역’으로 불려지기까지 했는데, 이 때문에 공대위는 집회신고를 위해 밤을 새워가며 남대문 경찰서를 지켰고, 삼성 측의 삼엄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어렵게 집회신고를 하게 됐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경찰측은 집회신고 기준까지 바꿔가며 삼성의 열리지도 않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의 신고를 도와 삼성 본관 앞 집회는 사실상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었다”며 “삼성 밑에 경찰이 있는 이 사회가 슬프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남대문 경찰서 역시 2006년을 기준으로 (캠페인이 열린 횟수가) 10회 미만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보 공개요청에 대해 폐기문서라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 없이 연행 된 황당한 공대위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집회신고에 성공한 공대위. 하지만 집회 당일인 19일에도 공대위의 수난은 계속 됐다. 이 날 집회에 앞서 ‘삼성에스원 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에스원 공대위 등 17개 단체가 만든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 및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대위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현수막을 펼치려는 순간 서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연행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경찰은 공대위 회원 14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당시 연행사유는 ‘도로교통법 위반’이었다. 결국 약식으로 치러진 기자회견에서 박진 활동가는 “경찰의 잘 못된 유권해석으로 인해 해고 된 1700명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노동·시민단체의 기자회견까지 방해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이 날 연행됐던 원영기 홍보실장은 “연행 된 이유를 묻자 처음에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하더니 이 후에는 경찰 측도 왜 연행했는지 모르겠다는 등 정황에 맞지 않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라며 “결국 명확한 혐의에 대해서는 듣지도 못하고 저녁 9시 반 경 풀려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이유도 없이 연행한 것은 이 날 3시에 열릴 삼성 본관 앞 집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며 “경찰과 삼성의 유착관계 진상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권미정 민주노총 경기본부 본부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끊임없이 의혹으로만 제기돼 오던 삼성과 경찰의 유착관계가 오늘 일로 의혹이 아닌 야합임이 확실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삼성
이 날 연행 된 인원을 제외한 채 진행 된 삼성 본관 앞 집회. 삼성 본관 앞 합법적인 집회가 최초라 그런지 200여명의 노동자와 수많은 언론 등이 참석했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인 만큼 지나가는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 날 연설에 앞서 삭발식을 진행한 김위원장은 “1700명의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높은 광고탑에서 고공시위를 할 때도, 심지어 추운 겨울날 수영으로 한강을 건널 때도 이처럼 많은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라며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높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 서글프고, 삼성이 그렇게 큰 권력이냐”며 반문했다. 이어 그는 삭발식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찰이 삼성의 발아래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워 ‘삼성경찰청’의 진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삼성 측에 우리의 투쟁 결의를 보이고 싶었다”고 말하며 “법제처가 합법이라는 해석을 내 놓은 만큼 더 이상 해고의 유일한 명분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복직을 요구했다.
한편, 이 날 집회에서는 공대위 소속 조낙현씨의 딸 조은빈양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은빈양은 “어느 날 집으로 배달 된 한 통의 편지를 보고 엄마가 엉엉 우시기 시작했다”며 시작 된 편지는 “쉬는 날에도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우리와 놀아줄 틈도 없을 만큼 열심히 일했던 아빠가 왜, 가족들에게가 아닌 삼성에스원에 2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지 궁금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삼성)아저씨들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3살짜리 아기보다 못 한 것 같다”며 “아빠가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 곁에 돌아오실 때까지 기도 하겠다”며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