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4년제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연간 등록금의 평균 인상률은 6.6%로 2000년 이 후 가장 높은 폭이다. 국립대 인상률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대의 경우 신입생 등록금 인상률을 12.7%로 책정했다고, 전북대와 부경대도 29%대로 인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상되는 등록금의 부담을 줄이고자 대학생 3명 중 1명은 휴학을 선택하고 있고, 학기 중에도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모자란 등록금을 채우기 위해 일단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기 위해 ‘빚쟁이 신세’를 자처한다.
이월 된 금액만 써도 인상률 대폭 감소
과학고를 졸업하고 4년제 사립대학에 입학한 진성현씨. 진씨는 “고등학교 시절 보다 못한 실험 시설에 대해 실망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에 비하면 몇 배나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다니고 있을 뿐 졸업장만 아니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등록금 고지서가 나오던 날 한숨만 쉬던 아버지가 생각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데 서러워 눈물이 낫다”며 “등록금이 또 오르면 집 사정 뻔히 알면서 손 벌릴 수 없으니 대출을 받던 휴학을 하던 해야 한다”며 씁쓸해 했다. 이처럼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한 것인가.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환경 개선, 훌륭한 교수진 확보 및 장학금 지급 등의 이유를 드는 한편, 누적적립금에 대해서는 차후 학교발전을 위한 대형공사 등을 위해 보유하고 있어 함부로 쓸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들의 누적적립금의 규모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5~8%인상을 추진 중에 있는 이화여대는 지난 해 2월말 기준 적립금이 5천509억원이 쌓였다고 한다. 또, 7.5% 인상안을 확정한 고려대 역시 1천323억원, 8.7% 인상안을 확정한 연세대는 1천9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지난 2005년 한해에 이월 된 금액만 고대 281억원, 연대 97억원 등으로 이 금액만이라도 학교 운용비로 사용한다면 두 자리 가까운 수의 등록금 인상률을 5%대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등록금, 먹은 만큼이라도 뱉어라
각 대학들이 양질의 교육여건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등록금 인상. 하지만 실상은 인상 된 등록금만큼 교육여건 개선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 대비 2005년 등록금 인상률은 계열별로 44~53%로 집계됐는데,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 증가율은 27.9%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상률이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의 2배에 달했다. 또, 등록금이 가장 많이 오른 의학계열의 경우 1997년 536만원에서 2005년에는 821만원으로 53% 인상됐고, 예체능 계열은 50% 인문사회계열 49.5% 등의 순으로 인상됐다. 이처럼 등록금은 물가지수 증가율에 비해 큰 폭으로 인상됐지만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늘어난 것으로 밝혀서 학생들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33.5명에서 2005년에는 35명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학생 1인당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비는 32만6천원에서 26만2천원으로 감소했다.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8만3천원에서 8만7천원)와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7만6천원에서 10만6천원) 소폭 증가했지만 인상 된 등록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그동안 등록금 인상을 추진해 온 대다수의 사립대가 누적적립금을 교육여건 개선보다는 자산을 불리는데 주력해 왔다”면서 “정부가 나서 학교예산 편성의 합리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교육여건 개선과 무관하게 등록금이 인상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빚 깔고 시작해야하는 사회생활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정부지원 학자금융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 된 제도이긴 하지만 실제로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현재 교육부가 시행 중인 융자제도를 살펴보면 약 7%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로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다. 이로 인해 이자를 갚지 못한 681명은 월 2~4만 원 가량의 이자를 6개월 간 내지 못해 사회생활은 시작도 못해보고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3개월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한 학생은 2천여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신용불량 학생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국대 최진섭 공과대 학생회장은 “단국대 이공계 8학기 대출 이자를 합산해 보면 2천850만원으로, 이는 가계 부담을 줄인 것이 아니라 당분간 눈을 가리는 것일 뿐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면서 “학생들이 빚쟁이 신세로 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며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촉구했다.
가계 부담 줄여준다더니
물론 학자금 대출에도 2%대의 저리 또는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공계열 대학생들만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됐으며 가구당 납입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저소득층 대학생을 선별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제도 안에서 학과 차별이 말이 되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학기부터는 이자금 연체여부와 신용등급에 따라 학자금 대출 가능여부를 결정함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 ‘돈 없는 학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대출금 3개월 이상 연체, 휴대폰 요금연체까지 합산해 매겨진 신용등급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경우 학자금 대출은 받을 수 없다. 결국 올해만 6천여명의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등록금 인상안도 담합으로?!
한편, 전국 90여개 대학 기획처장들이 이틀 간 가진 정기총회에서 일부 대학 기획처장들이 등록금 인상 문제를 놓고 논의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등록급 인상 담합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익명으로 처리 된 방송보도에 따르면 모대학 기획처장은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있었으며 대학마다 인상률이 7~8%선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등의 대화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 서울 시내 한 대학의 기획처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률을 놓고 다른 대학들의 사정을 살피는 것은 통상 관행적으로 있어 온 사실이라고 밝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이 방송은 등록금 인상요인에 대해 분석하기보다 눈치 보기를 통해 인상폭을 정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가 즉각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최미리 협의회장(가천의과대 기획처장)은 성명서를 통해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토론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협의회 세미나에서는 등록금 인상을 공식 의제로 설정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뿐 아니라 전국 대학의 전체 등록금 인상률을 파악해 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담합의혹 보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학이 공정거래법상 담합조사 대상인지, 사업자인지 등 담합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등록금 인상률을 사전에 탐색하는 행위만으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때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 한 마리 팔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한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지만, 이제는 옛일로만 느껴진다. 실제로 소 한 마리를 시장에 내 놓으면 6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하니 연간 천만원 이상 들어가는 대학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결국 빚 문서까지 끼고 들어 간 대학은 ‘젊은 불효자’를 쏟아내고 ‘실업자 양성소’가 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게다가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기까지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대학만의 잘 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학 내 자구적인 노력 없이 자산 부풀리기 식의 등록금 인상에만 의존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을 짓누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