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260억, 분양자만 책임지나
해결점 찾지 못한 청구 오디세이 대출 분쟁
‘백색투쟁’이라고 불리워지는 일산오디세이 분양자들의 소복농성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시작된 농성이 이제 을지로를 벗어나 청와대와 국회 앞까지 진출했으며, 전국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만져보지도 못한 대출금 260억을 고스란히 채무로 짊어지게 된 이들의 억울한 사연은 본지(175호)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한겨레, 조선일보,
동아일보, 내일신문, 굿데이 등)에 기사화되었고, 공중파(KBS, MBC)를 통해 뉴스로도 수 차례 보도되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하나은행과 분양자들간의 분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수업하는 교실에까지 빚독촉
하나은행은 보증을 선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대출금과 10%이자를 대위변제 받았다. 이로 인해 분양자들은 모두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회사생활과
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또한 서울보증보험과 하나은행으로부터 유체동산 압류, 월급차압, 빚독촉에 시달려 온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예 XX손님 하나은행 본점인데요. 오늘 유치동산 가압류 접수했구요. 시위참가가 3번 이상 되신 것으로 되어있네요. 아마 이율이 6% 적용이
안되고 다른 이율로 적용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더 높은 이율이 적용된다는 뜻, 시위참가자들은 연체이자 11%보다 높은 19% 이자를
적용시킨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빚독촉 전화가 집이나 직장할 것 없이 빗발치고 있으며, 심지어 수업하고 있는 교실까지
빚독촉 전화가 걸려와 결국 담당교사는 교직을 떠나야 했다.
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박준상 대표가 괴한으로부터 피습 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소복농성이 청와대 앞에서 시작한 다음날
새벽, 성탄 자정미사를 보고 귀가하던 도중 괴한 3명에게 습격을 당했다. 하지만 범인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법정공방으로 내달려
청구와 보람은행(현 하나은행)이 만들어낸 함정대출에 빠졌다는 분양자들은 ‘사기대출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섰지만 1,
2심에서 모두 기각 당했다. 비대위 박준상 대표는 “재판에서 구체적인 증거 채택이나 신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의 의견이 잘 전달되지
못했다”며 “우리를 변호했던 법무법인 세종이 하나은행의 고문을 맡고 있어, 이점이 재판에 적지않은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상고한 비대위는 1ㆍ2심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불법대출의 증거들을 확보해 놓고 있다.
도장이나 문서가 위조된 것에서부터 보증보험이 미리 발급된 사례, 대출동의서나 위임장 없이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 등 일반적인 금융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오디세이 분양시에 이루어졌다. 비대위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덕수의 이대순 변호사는 특히 대출신청서 없이 대출이
이루어진 것이 53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을 명백한 불법대출로 보고 있는 이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준비하고 있다.
또 소송초기 분쟁의 핵심이었던 ‘개인대출이냐 중도금대출이냐’는 문제에 대해 그는 “은행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모두 개인대출입니다.
사용 용도에 따라 전세금대출, 학자금대출, 중도금대출로 이름지어질 뿐입니다. 은행이 학자금 융자해 주려고 모델하우스에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양자가 (잘못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하루빨리 타협해 공사를 진척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