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의 오른손 선발 기대주 이대은(26·지바롯데)이 첫 경기에서 완벽투를 펼쳤다.
이대은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 쿠바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 대표팀 두 번째 투수로 4회 등판, 4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없이 삼진 3개를 잡으며 무실점 위력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대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일본 무대로 둥지를 옮겼다.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7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오른손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일본야구를 경험한 이대은을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1차전에서는 선발투수 김광현(SK)에 이어 이대은을 올려 60개 가까이 공을 던지게 하겠다고 예고했다.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개막전인 한일전을 앞두고 컨디션 조율 차원에서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선발 김광현은 50개 가까이 공을 던질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페이스가 좋았다. 김광현은 3회까지 안타 2개만 맞으며 쿠바 타선을 묶었다. 투구수는 38개에 불과했다.
4회부터는 예상대로 이대은이 교체 출전했다. 이대은은 첫 타자 루르데스 구리엘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정근우의 정면을 향하며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후속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타구도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정근우의 슬라이딩 캐치가 도왔다. 4번타자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는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영점이 잡힌 이대은은 5, 6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끝냈다. 7회에는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 투구를 이어갔다. 낙차 큰 포크볼과 최고 구속 153㎞의 강속구까지 결정구도 다양했다. 김인식 감독의 오른손 선발감 걱정을 한 번에 날리는 시원한 투구였다.
투구수 44개로 역투하며 구위를 과시한 이대은은 8회 정우람과 교체됐다. 선발요원 점검을 마친 대표팀은 정우람과 조무근, 임창민을 연달아 올리며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이대은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공을 던진 소감에 대해서 "처음에는 긴장됐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 편해졌다. 던질 때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로 대표팀 에이스 역할은 왼손투수 김광현과 오른손투수 이대은으로 양분된 모양새다. 김인식 감독은 개막 한일전 선발투수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대은은 이날 선배 김광현보다 좋은 투구를 펼쳤지만 "오늘 처음 투구하는 것을 봤는데 역시 잘 던지신다. 다 좋았고 잘 봤다"면서 "저는 굳이 일본전 선발이 아니어도 좋다. 어디든 나가서 제 것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수 강민호와의 배터리 호흡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 사인에 고개를 흔드신 적이 없었다. 포크볼도 만족스럽게 구사됐다"고 했다.
보완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에는 "공을 세게 던질 때 높게 갔다. 그것만 잡으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대은은 역사적인 고척돔 첫 공식 경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까지 돔 구장이 많은 일본무대에서 뛰었기 때문에 믿을 만한 평가가 가능하다.
그는 "돔 구장에서 많이 던져봐서 새로운 것은 느끼지 못했다. 일본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도 "불펜이 지하에 있어서 조금 힘들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