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슈틸리케호가 17일 올시즌 마지막 A매치를 치르는 결전의 땅 비엔티안은 남북한 모두와 인연이 깊은 라오스의 고도다.
라오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비엔티안에 사는 한국 교포들은 1800여명이다. 전체 교민 2000여명의 대부분이 이 도시에 거주한다.
한국 기업중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현지 자동차 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가 강세를 보이는 픽업트럭을 제외한 시장을 휩쓸고 있다. 포스코와 SK도 각각 수력발전과 댐건설 사업을 위해 현지에 진출해 있다.
라오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기업가로는 코라오그룹의 오세영 회장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오토바이 수리점부터 시작해 외연을 넓혀가다가 현지에 완성차 업체인 대한자동차를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동남아를 휩쓰는 한류의 인기는 현지에서도 폭발적이다. 현지인으로 구성된 한류스타 이미테이션 그룹도 인기를 끌 정도다. 지난해 K팝 그룹 유키스 공연 때는 대사관측이 선물한 티켓까지 풀려나오는 등 '암표'가 극성을 부렸다는 후문이다.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 선수들의 인기도 웬만한 한류스타를 훌쩍 뛰어넘는다. 위성을 통해 유럽리그를 시청하는 현지인들에게 손흥민(23·토트넘)이나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주 라오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비엔티안)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지난 15일 입국한)손흥민에 대한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고 귀띔했다.
라오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은 연인원 10만여명에 달한다. 비엔티엔에 있는 불교 사원인 ‘탓루앙’에는 한국 스님들을 향해 새가 들어있는 작은 새장을 내밀며 한국말로 ‘방생하세요’라고 호객하는 현지인들이 적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엔티안을 흐르는 메콩강의 제방도 한국 정부가 지원한 EDCF(대외경제협력기금)자금으로 건설됐다. 만성적인 물난리에 시달리던 이 도시는 이 덕분에 홍수 피해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아울러 이 도시는 남북 외교전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중국 윈난성을 거쳐 라오스의 국경지대, 그리고 비엔티안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라오스 루트’는 탈북자들이 몰리는 대표적인 탈북 경로다.
탈북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남북간 외교전이 뜨겁다. 북한의 입김도 여전히 강한 편이다. 지난해 부임한 이수용 북한 외상이 외교전 차원에서 이 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남북 대사관이 지척에 있고, 북한이 외화벌이 차원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영업중이다.
한류의 인기가 높고, 한국정부가 적지 않은 원조를 하고 있지만, 승부는 승부다.
한국과 라오스는 잠시 후인 밤 9시(한국시간)부터 한판 대결을 펼친다. 지난 9월23일 한국에서 열린 1차전에서 슈틸리케호는 손흥민의 해트트릭 등에 힘입어 8-0대승을 거뒀지만 이날 경기는 예측불허다.
이날 경기에 우리 측에서는 김수권 주 라오스대사와, 강태이 서기관 등 대사관 직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교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예정이다.
김수권 대사는 “경기장 사정이 좋지 않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면서도 “양국 관계를 생각해 너무 크게 이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