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2015년 K리그가 막을 내렸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은 28일과 29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8라운드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왕좌에 올랐던 전북 현대가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전북과 함께 3위권 내에 진입한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차지한 FC서울 역시 아시아 무대로 나선다.

지난해 챌린지(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식 문턱을 넘은 대전 시티즌은 최하위에 머무르며 강등됐다. 11위에 머무른 부산 아이파크는 올 시즌 챌린지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수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통산 4회 우승' 전북, 명문 대열 합류

 올 시즌 K리그의 주인공은 단연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북이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K리그 1강'으로 꼽혔던 전북은 개막과 동시에 7경기 무패(6승1무)의 압도전 전력을 뽑내며 지난 4월 일찌감치 K리그 선두 자리를 꿰찼다.

전북은 강했다. 쉽게 지지 않는 팀이었다. 올 시즌 연패는 단 1차례(10월4일 제주전·10월17일 포항전)였다.

이달 8일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면서 K리그 2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성적은 22승7무9패(승점 73)로 K리그 12개 팀 중 유일하게 20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해서 정상에 오른 전북은 2003년 K리그 3연패를 달성한 성남 일화(현 성남FC) 이후 12년 만에 연패에 성공한 팀이 됐다.

통산 4회 우승 기록도 썼다. 지난 2009년 첫번째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2011년과 2014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수원(1998·1999·2004·2008), 부산(1984·1987·1991·1997)과 함께 역대 우승 횟수 공동 4위다.

 '신흥강호'라는 타이틀을 넘어 명실상부한 명문 클럽으로 도약했다.

4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걸린 시간은 단 7년이었다. 지난 7년 동안 전북은 우승 4회, 준우승 1회, 3위 2회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수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명장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2009년 중위권을 멤돌던 전북 사령탑에 올라 4번이나 정상을 밟았다. 박종환(1993~1995), 차경복(2001~2003) 감독을 제치고 K리그 통산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가 됐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36)이 13골5도움으로 여전히 막강한 공격력을 보였고, 미드필더 진에서는 이재성(23)과 레오나르도(29) 등이 활약했다. 뒷문은 국가대표 수비수 김기희(26)와 골키퍼 권순태(31) 등이 든든히 지켰다.

성적을 떠나 경기장의 열기도 명문이라는 이름에 걸맞았다.

올 시즌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9경기에 모두 33만858명의 관중을 유치해 FC서울(32만6269명)을 제치고 시즌 관중 1위 기록을 거머쥐었다.

◇우승 경쟁보다 치열했던 2위 싸움

 전북이 이달 초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은데 반해, 2위 자리의 주인은 K리그 마지막 라운드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K리그 전통적 강호인 수원과 포항 스틸러스, FC서울이 마지막 한 경기를 앞두고도 2위 쟁탈전을 폈다. 최종전을 앞두고 수원이 승점 64점, 포항이 63점, 서울이 62점으로 2~4위에 위치했다.

결국 수원이 우승팀 전북을 안방에서 무찌르며 19승10무9패(승점 67)로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준우승을 차지했던 수원은 올 시즌 전북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2라운드부터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를 기록하는 등 좋은 출발을 보였고,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0-1로 패한 제주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했다. 막판 경쟁에서 힘을 잃은 수원은 포항에 밀려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다행히 마지막 2경기에서 포항과 전북을 연이어 꺾으며 2위 자리를 탈환, 자존심을 지켰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최종전에서 서울을 2-1로 꺾고 2위 도약을 노렸으나 수원에 가로막혔다. 시즌 성적은 18승12무8패(승점 66)다.

포항은 올 시즌 3년 만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 '쇄국정책'을 벗어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막판 14경기 무패(9승5무)를 기록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지만 3위에 그쳤다.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위안을 삼았다.

최종전에서 패한 서울은 4위(17승11무10패·승점 62)로 시즌을 마쳤다.

개막 이후 9경기 동안 단 2승에 그쳤을 정도로 출발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어려운 순간마다 돌파구를 찾았다.

7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박주영이 쏠쏠한 활약을 해줬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데려온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 등이 제 역할을 해줬다.

리그에서는 4위에 그쳤으나, 17년 만에 FA컵 우승컵을 거머쥐며 실리를 챙겼다.

◇'시민구단 무시말라' 성남·인천, 약진

 시민구단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시민구단은 기업구단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시즌을 치러야한다. 선수단 구성에서 열세를 보이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난 시즌 클래식에서 시민 구단이었던 성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는 나란히 9~11위에 그쳤다.

경남이 강등되고 광주FC와 대전 시티즌이 합류한 올 시즌에도 시민구단의 전망을 밝지만은 않았다.

성남은 지난해 끈질긴 경기력으로 FA컵 우승을 차지, 시민구단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됐다. 얇은 선수층으로 여러 대회를 치러야한다는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의 지휘 아래 성남은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놀라게했다. 38경기에서 15승15무8패(승점 60)를 기록하며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성남은 12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무승부를 거둬 차곡차곡 승점을 쌓은 반면, 단 8번만 패했다. 포항과 더불어 패배 숫자가 가장 적다.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배테랑 미드필더 김두현(33)이 중원에서 팀을 이끌었고, 유망주 껍질을 벗어던진 공격수 황의조(23)는 15골을 터뜨리며 팀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김학범 감독표 끈끈한 조직력으로 재미를 봤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까지 오르며 저력을 뽐냈다.

김도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인천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분투를 펼쳤다.

베테랑 공격수인 설기현(36)이 시즌을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하는 등 좋지 않은 분위기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조직력을 앞세워 차곡차곡 승점을 쌓았다.

특히 김도훈 감독의 조련 아래 '짠물 수비'가 빛을 발했다. 인천은 이번 시즌 38경기에서 단 32골 만을 실점했다. 12개 팀 중 포항과 함께 최소실점이다.

지난 8월에는 최강팀 전북을 원정에서 1-0으로 꺾는 등 4연승을 달리며 상위권 진입까지 바라봤다. 막판 부진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10위)보다는 한결 나아진 8위(13승12무13패·승점 51)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FA컵에서는 쟁쟁한 강호들을 연달아 물리치고 결승전까지 올랐다. 비록 서울에 무릎을 꿇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시민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했다.

챌린지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어렵게 승격한 광주도 색깔있는 축구로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홈경기장이 지난 9월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라운드 평가에서 최하위(23위)로 꼽히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도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남기일 감독의 지휘 아래 짧은 패스를 앞세운 축구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10승12무16패(승점 42)로 10위를 기록했다.

반면, 광주와 함께 승격한 대전은 시즌 내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강등됐다. 시즌 성적은 4승7무27패(승점 19)로 12위다.

◇자존심 구긴 울산 그리고 부산

 울산 현대는 K리그의 전통적인 강호다. 2000년대 들어 우승 1회, 준우승 4회를 기록했고, 15년 동안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4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13승14무11패(승점 53)에 그치며 7위로 마쳤다. 스플릿 시스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하는 등 여러모로 자존심을 구겼다.

울산은 시즌에 앞서 J리그에서 명성을 떨친 윤정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개막 이후 8경기(3승5무) 동안 패하지 않으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월5일 제주에 첫 패배(1-2)를 당한 뒤 8월22일 수원전(1-3 패)까지 단 두번 밖에 승리하지 못하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나마 8월29일 광주를 상대로 2-1로 이긴 뒤부터는 11경기 무패(8승3무)를 달리며 시즌을 종료해 위안을 얻었다.

2000년대 이전 K리그를 주름 잡았던 부산에게도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

부산은 5승11무22패(승점 26)를 기록, 11위에 머무르며 챌린지 강등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월 윤성효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부산은 바로 다음 경기인 대전전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바꾸는 듯했지만 이후 열린 15경기(6무9패)에서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38경기에서 30골을 넣는데 그쳤다. 12개 팀 중 가장 적은 득점으로 공격진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부산은 오는 12월2일과 5일 수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