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최근 신예들의 무서운 성장세가 농구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KBL은 매 시즌 가장 크게 성장한 선수에게 기량발전상(MIP)을 수상한다. 후보 선수들 중 팀 내 입지가 몰라보게 커진 이들의 몫이었다.
이번 시즌 유독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0일 기준으로 가장 유력한 기량발전상 수상 후보로 원주 동부의 가드 허웅(22·186㎝)을 꼽을 수 있다.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 2014~2015시즌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했다. 허웅은 지난 시즌 경기당 16분42초를 뛰며 평균 4.8점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32경기에서 평균 32분14초 동안 12.3점 3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출전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주전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김주성~윤호영 중심의 높이 농구를 펼쳤던 동부에 다이내믹한 가드 허웅의 성장은 새로운 볼거리다. 허웅은 올스타 중간집계에서 1위를 달리며 스타성도 과시했다.
'농구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웅의 아버지 허재 전 KCC 감독도 올스타 투표 1위를 해본 적은 없다.
허웅과 함께 동부의 앞선을 책임지는 두경민(24·184㎝)도 한층 안정감을 더했다.
지난 시즌 22분25초에서 31분18초로 출전시간이 늘었고, 득점(7.9점→12.3점)과 어시스트(2.2어시스트→3.4어시스트) 모두 올랐다.
특히 경기당 3점슛 2.3개를 터뜨려 이 부문에서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데뷔 초반에는 성급한 플레이가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그러나 여유를 되찾으며 대학 시절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두경민은 경희대 재학 시절에 김종규(LG), 김민구(KCC)와 함께 빅3로 불렸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빠른 슛 타이밍도 일품이다. 수비하기 가장 껄끄러운 선수로 성장했다.
허웅과의 시너지가 상당해 동부는 향후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가드진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를 듣는다.
울산 모비스의 단독 선두에 일조한 전준범(24·194㎝)은 빼놓을 수 없다.
전준범은 가끔씩 어이없는 실수를 해 유재학 감독의 '영원한 숙제'로 불렸다. 지난 시즌에는 "초등학생 농구"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유 감독에게 의외를 찾으라면 전준범이다.
선배 송창용이 부상으로 빠지며 출전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난 전준범은 이번 시즌 평균 25분4초를 뛰고 있다. 지난 시즌 16분35초에서 약 9분 늘었다.
득점은 4.7점에서 10.3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리바운드 역시 1.7리바운드에서 3.2리바운드로 약 두 배 향상됐다.
가장 무서운 것은 정확한 슈팅 능력이다. 비시즌 훈련을 통해 자유자재로 무빙 3점슛을 쏘며 상대 수비를 괴롭힌다. 수비에서도 점차 유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포인트가드 김기윤(23·180㎝)도 감을 찾았다. 지난 시즌 부상 탓에 28경기밖에 뛰지 못한 그는 이번 시즌 32경기에서 평균 22분40초를 뛰며 8.8점 2.7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동안 주전들의 체력안배를 위해 나왔던 때와 다르다. 2년차이지만 경기운영은 웬만한 선배들보다 낫다.
슛을 장착한 포인트가드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최근 트렌드에서 슛 능력이 없는 포인트가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기본으로 센스와 운영능력을 갖추고 슛을 넣을 줄 알아야 한다.
김기윤은 3점슛 성공률 45.2%로 이 부문 전체 1위다. 중요한 순간에 과감하게 쏘는 슛이 꽤 정확하다. 몰아치기도 가능해 달아나거나 추격할 때, 큰 힘이 된다.
김기윤의 성장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국가대표급 라인업 사이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찼다는 데 있다. 인삼공사에는 오세근, 양희종, 이정현, 박찬희, 강병현 등 전·현직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서울 삼성의 장신슈터 임동섭(25·198㎝)도 최근 무서운 상승세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그는 이번 시즌 평균 28분34초 동안 11.4점 3.5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당 3점슛은 2.2개로 전체 4위다. 삼성의 외곽포를 책임진다. 슛 타점이 높지만 폼이 정확하고 깔끔하다. 슈팅 능력은 현역 시절 장신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규섭 삼성 코치보다 낫다.
내성적인 성격과 달리 빈틈만 생기면 과감하게 슛을 쏘는 성향도 높게 평가받는다. 공격뿐 아니라 리바운드 참여도 적극적인 편이어서 팀 공헌도가 높다.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의 주인공인 부산 kt의 이재도(24·180㎝)는 역대 최초로 두 시즌 연속 기량발전상을 노린다.
평균 23분57초에서 32분35초로 출전시간이 늘었고,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도 각각 8.5점에서 12.5점, 2.9어시스트에서 3.8어시스트로 상승했다.
기량발전상 후보로 거론된 선수들 중 유일하게 득점 부문(외국인선수 포함) 20위권 이내(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선수를 제외하면 전체 5위다.
어시스트는 전체 4위. 시즌 초반과 비교해 최근 페이스가 다소 떨어진 감이 있지만 저돌적인 돌파와 정확한 슛이 장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정규리그가 아직 20경기 이상 남았지만 치열한 경쟁의 결말이 벌써 궁금하다. 기량발전상은 기자단 투표로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