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올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경선 판세는 '아웃사이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주류 정치인 출신 후보들이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오와주 현지언론 디모인 레지스터와 블룸버그 폴리틱스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28%로, 테드 크루즈 의원의 지지율(23%)을 넘어섰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지지율이 15%,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 지지율이 10%로 그 뒤를 이었다.
각종 막말로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트럼프 후보는 경선 레이스의 초반부터 승기를 완전히 휘어 잡았다.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면서 2위 후보와 한때 많게는 두 배까지 격차를 벌렸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고 방관하던 주류 후보들은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시작되는 2월이 다가오자 부랴부랴 트럼프 견제에 돌입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등 공화당의 젊은 기수들이 조금씩 힘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후보를 꺽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트럼프 후보의 적수로 꼽히는 크루즈 의원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를 따돌리고 있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때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기대를 모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지율이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버지와 형이 대통령을 지낸 '부시 가문' 출신인 그로서는 상당한 굴욕이다.
성공한 흑인 외과의사 출신으로 주목받은 벤 카슨 후보는 선거캠프 내분으로 핵심 참모들이 사퇴하고 유세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악재가 잇달면서 지지율이 한풀 꺾였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최고경영자(CEO) 등 정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도 모두 군소후보 신세다.
물론 트럼프 후보도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지지율은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보다는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좌절과 분노에 기반한다. 미디어를 다루는 데 능숙한 그는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포퓰리즘을 부추기기 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막말을 일삼는 트럼프가 공화당이 추구하는 진정한 보수주의를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중재 전당대회' 카드를 고려 중인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타 후보들이 하나같이 기운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되는 재앙을 막을 방법은 이것 뿐이라는 우려에서다.
중재 전대는 예비 경선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의 중재로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공화당은 1948년을 끝으로 중재 전대를 연 적이 없다.
당을 이끄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오는 7월 누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든 지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역시 이같은 방침에 토를 달지 않았다.
트럼프 후보는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면 언제든 제3당 출마를 고려할 수 있다고 수 차례 경고했다. 이 경우 공화당이 대선 본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도 공화당 경선 구도에 변수다. 당장 내세울 만한 후보가 없는 공화당이 중도 세력에 어필할 수 있는 블룸버그 전 시장을 밀어주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