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세계 최고 부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주 겸 현 기술고문(60)이 홀로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갖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게이츠가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 4의 음악 토크쇼 '디저트 아일랜드 디스크스'(Desert Island Discs)에 출연해 사회자 커스티 영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솔직히 답했다. '디저트 아일랜드 디스크스'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70년 넘게 이어지면서 3063명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으로 매주 일요일 한 명의 유명 인사를 초청해 홀로 무인도에 표류할 경우 가장 갖고 싶은 음반 8장과 책 한 권, 단 한 가지의 호화 사치품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주제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게이츠는 지난해 10월 SPA 브랜드 의류업체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자라(ZARA) 회장(스페인)에게 세계 최고 부호의 지위를 내주었다가, 3개월 만인 지난주 874억 달러(약 105조5880억원)의 재산으로 다시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탈환했다.
게이츠는 가장 갖고 싶은 호화 사치품으로 인터넷으로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희망했지만 규칙에 어긋난다는 사회자 영의 지적에 세계의 유명 강연들을 볼 수 있는 DVD 세트를 희망했다.
가장 갖고 싶은 책으로 게이츠는 대부분의 유명 인사들이 성경이나 셰익스피어 전집을 들었던 것과는 달리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를 꼽았다.
8장의 음반 가운데 첫 번째는 그룹 퀸과 최근 타계한 데이비드 보위가 함께 부른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가 꼽혔다. 게이츠는 이 음반을 꼽은 이유에 대해 일에 몰두했던 20대와 30대 시절 어쩌다 주말에 댄스 파티에 참석하곤 했는데 이 음반이 당시를 회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폴 앨런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창업했던 젊은 시절 자신은 휴가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던 일벌레였으며, 지금은 기부 행위로 유명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모든 직원들의 자동차 번호를 메모하고 회사 주차장을 통해 누가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는지를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 멜린다 게이츠를 만나 인생에 있어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난 뒤에야 이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나의 기준을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적용하는데 있어 좀더 신중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2번째로 꼽은 음반은 윌리 넬슨의 '블루 스카이즈'였다. 게이츠는 아내 멜린다와 자신 모두 윌리 넬슨을 좋아 했으며 결혼 전날 밤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로 윌리 넬슨을 하와이의 해변으로 초청해 아내를 위해 노래 불러줄 것을 요청했었다고 회상했다.
3번째 음반은 에드 시란의 싱(Sing)으로 각각 19살과 16살, 13살의 3자녀가 지금도 음악에 대한 취향을 일깨워주는데 싱은 13살 막내 피비로 인해 좋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4번째는 지미 헨드릭스의 '아 유 익스피리언스드'(Are You Experienced). 게이츠는 이 음반을 갖고 싶은 이유에 대해 자신보다 2살 연상이던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주 폴 앨런이 어린 시절 자신이 술에 취해보거나 다른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이 노래를 들려주며 놀리곤 했는데 그 이후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U2의 '원'(One)이 5번째를 차지했다. 게이츠는 U2의 멤버 보노와 많은 자선사업들을 함께 펼치고 있는데 폴 앨런으로부터 보노를 만날 것을 처음 권유받았을 때는 보노가 세계의 보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별로 탐탁해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보노를 만나본 후 그의 생각에 놀랐고 그와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며 보노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6번째는 비틀스의 '투 오브 어스'(Two of Us, '오직 우리 둘만'이라는 뜻)였다. 게이츠는 사망한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비틀스를 좋아 했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잡스가 자신에게 우리 둘만이 서로 경쟁할 수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는 자신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더 열정적(intense)이지만 잡스만큼 열정적이지는 못하다며 잡스는 진정한 천재라고 치켜세운 뒤 잡스가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일찍 죽은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7번째 음반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하우 캔 러브 서바이브'(How Can Love Survive)로 게이츠는 아내 멜린다와 함께 워런 버핏과 그의 부인 수지를 만났을 때 버핏 부부가 부르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며 그 후 자신과 멜린다는 이 노래를 통해 둘의 사랑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뮤지컬 해밀턴(Hamilton)에 나오는 '마이 샷'(My Shot). 게이츠는 새롭고 무언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새 출발을 하는 한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게이츠는 사회자 영과의 대담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규칙이 합리적인지 또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파괴적인 아이였으며 그로 인해 늘 자신 주변에 긴장이 형성됐었다고 밝혔다.
또 고등학교 시절 폴 앨런과 함께 어여쁜 여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수업시간표를 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늘 많은 여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곤 했지만 당시에는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서툴렀다며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뒤부터 좀더 사교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무자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 영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제품 가격을 아주 싸게 책정하는 것이 무자비한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게이츠는 젊은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가격을 낮게 책정해 경쟁업체들을 쓰러뜨리는 공격적인 경영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었다. 게이츠 스스로도 저가 물량 공세에 버텨낼 업체는 많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자신은 분명히 확실히 공격적이었다고 시인했다.
게이츠는 끝으로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질병에 눈뜨게 됐다며 자신과 아내 멜린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전세계의 5살 이하 어린이들이 질병으로 죽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산은 자신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며 자녀들에게는 최소한의 재산만 물려줄 것이며 이를 통해 그들(자녀들)이 자신의 경력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